"약속을 지켜준 것 같더라구요."
넥센과 NC는 지난 18일 '좋은'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서로의 필요성에 의해 한 3대2 트레이드다. 넥센은 약점인 불펜진에 힘을 더할 수 있는 송신영을 2년만에 친정으로 복귀시켰다. 그리고 NC는 외야수 박정준과 내야수 지석훈 이창섭을 받아 부족한 야수 자원을 보강했다.
송신영은 팀에 합류한 19일부터 환대를 받았다. 옛 동료들은 "어디서 재활하고 온 거 아니냐?"는 식으로 장난을 치며 반갑게 그를 맞아줬다. 99년 현대에서 데뷔해 줄곧 뛰어오던 익숙한 팀. 송신영은 "집에 온 것처럼 편안하다. 언제나 다녀던 길을 지나 야구장에 왔다. 다들 '안 어색하다', '아파서 잠시 재활하고 온 것 아니냐'고 말해줘 고맙다"며 활짝 웃었다.
이날 경기에선 6개월 가까이 이 몸담았던 NC를 상대로 1이닝을 삼자범퇴로 막아내기도 했다. 경기 후 "평소 목동에서 마운드에 올랐을 때와 똑같았다. 팬들이 환호해주고, 내 등장음악을 듣게 돼 감회가 남달랐다"며 "첫 등판이 동점 상황이라 조금 압박은 있었지만, 그래도 내 공은 던진 것 같다. 무엇보다 팀이 이겨서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송신영이 이렇게 남다른 감회를 느낀 그 순간. 양팀 감독들의 기분은 어땠을까. 사실 두 감독은 스프링캠프 때 미국 애리조나에서 만나 비슷한 얘길 나눈 적이 있다. 미국 애리조나에서 진행된 1차 전지훈련, 서프라이즈에서 훈련하던 넥센과 투산에 있던 NC는 세 차례 연습경기를 가졌다.
그때 친정팀인 넥센 선수들을 만나 격의없이 지내고, 애정 어린 조언을 건네는 송신영의 모습을 본 두 감독은 "신영이가 넥센으로 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대화를 나눴다.
물론 당시엔 농담조였다. 신생팀 NC 입장에선 중간계투진의 중심을 잡아줄 송신영은 반드시 필요한 자원이었고, 넥센 역시 2011년 7월 트레이드로 떠나보낸 뒤 FA와 신생팀 특별지명으로 LG, 한화, NC를 전전하게 만든 것 같아 그저 미안한 마음 뿐이었다.
하지만 그 농담은 현실이 됐다. 트레이드 때 두 감독이 움직인 건 아니었다. NC 김경문 감독과 넥센 염경엽 감독 모두 구단에서 움직인 트레이드에 'OK' 사인을 낸 게 전부였다.
김 감독은 당시를 회상하며 "농담으로 얘기했던 게 현실이 됐다. 사실 트레이드를 하면 정말 보내기 싫고, 미안한 선수가 있기 마련이다. 신영이를 보낼 땐 눈물이 다 나더라. 고참으로서 어린 투수들을 많이 도와줬다.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송신영을 품에 안은 염경엽 감독도 비슷한 얘길 했다. 염 감독은 NC로 떠나보낸 야수 세 명을 떠올렸다. 그는 "기분이 좋다. 내가 말 한대로 되서 그게 좋다"라며 웃었다. 무슨 말이었을까.
염 감독은 스프링캠프가 끝난 뒤 강진에서 셋을 만났다. 지석훈은 애리조나 1차 전지훈련이 끝난 뒤 대만에서 진행중인 2군 전지훈련에 합류했고, 박정준과 이창섭은 계속 대만서 2군 훈련중이었다.
그는 "너희는 프로야구 선수다. 이 팀에서만 야구하는 건 아니다. 사실 2군 내려가서 포기하는 선수들이 많다. 그게 프로 선수의 마음가짐인가. 포기하면 안 된다"고 말해줬다. 마무리훈련 때부터 전 선수단에 강조하던 말이지만, 시즌 시작을 앞두고 강진에 내려가 직접 선수들에게 조언을 해줬다. 감독이 아닌, 야구 선배로서 해준 따뜻한 조언이었다.
염 감독은 "여기선 기회가 적었을 지라도 가서 잘 했으면 좋겠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어 "2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하면, 이처럼 좋은 케이스가 나온다. 충분히 다른 팀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문제는 선수들 본인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넥센과 NC가 단행한 트레이드는 대형 트레이드라 보기엔 민망한 수준이다. 1.5군에서 2군 선수가 핵심이 된 '군소' 트레이드다. 하지만 넥센에서 기회를 잡지 못한 이들에겐 '기회의 장'이다. 특히 2003년 롯데에 1차 지명된 박정준과 같은 해 2차 1라운드 전체 6순위로 현대에 지명된 지석훈 같은 '만년 유망주'들에겐 '기회의 장'이다. 아직 숨어 있는 잠재력을 터뜨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트레이드는 실패했을 때 후폭풍이 크다. 거대한 모기업을 둔 보통의 팀이라면, 건네준 선수가 터졌을 때 윗선의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팬들을 비롯해 안팎의 비난에 시달리기 일쑤다. 이들 입장에선 안 하니 못한 것이다. 이게 프로야구의 현실이다.
A급 선수가 아닌, B급 선수가 트레이드 후 A급 선수가 된 사례는 너무나도 많았다. 하지만 B급 선수를 내준 구단이 배 아파할 일은 아니다. B급 선수는 어차피 기회도 잡지 못한 채 그저 그런 선수로 조용히 선수생활을 마감했을 것이다.
NC와 넥센은 분명 이 부분에선 '오픈 마인드'다. NC의 경우는 여전히 "우리에게 트레이드의 문은 활짝 열려 있다"고 외친다. 선수를 위해 '좋은' 트레이드는 활성화 되야만 한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