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3승3패, 당분간은 이 전략으로 간다."
KIA 선동열 감독이 올 시즌 개막 전 가장 걱정했던 것은 바로 선수들의 부상이다. 지난해 이범호와 김상현 최희섭 등 중심타자 세명이 모조리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하며 하루하루 힘겨운 경기를 치르다 결국 포스트시즌에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 선 감독은 시즌 초반, 선수들을 철저하게 보호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몸에 이상 증세가 있다는 보고를 들으면 웬만해서는 휴식을 준다. 또 재활 기간도 여유있게 배려하고 있다. 완전한 상태로 회복되지 않으면 무리해서 1군에 올라올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다.
이로 인해 '에이스' 윤석민은 시즌 개막 후 3주째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1군에 합류하지 않은 채 몸을 만들고 있다. 김진우도 지난 5일 부산 롯데전 선발 등판 이후 무려 2주일의 휴식을 가진 뒤 19일 인천 SK전에 선발로 다시 섰다. 모두 선 감독의 "아직 무리할 것 없다"는 지시에 의한 것이다.
선 감독은 19일 인천 SK전 때도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주전 선수 일부를 과감히 제외했다. 4번타자로 맹위를 떨치던 나지완이 선발에서 처음으로 제외됐고, 주전 유격수 김선빈도 스타팅 명단에서 빠졌다. 또 신종길은 지명타자로만 나섰다.
나지완은 최근 오른쪽 옆구리에 통증이 생겼다. 스윙을 하는 과정에서 방망이를 잘못 돌리면 타자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근육통이다. 그런데 통증이 꽤 심했다. 나지완은 "갈비뼈가 부러진 줄 알고 정밀 검진을 받았을 정도다. 당분간 보호용 복대를 차야할 듯 하다"고 했다. 다행히 뼈에는 이상이 없었지만, 선 감독은 팀의 4번타자를 보호하기 위해 당분간 선발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김선빈 역시 종아리 근육이 아프다. 피로도 꽤 누적돼 있다. 다행히 검진 결과 근육이 파열되거나 찢어진 것은 아니라고 나와 본인은 19일 경기에 나서겠다고도 했지만, 선 감독은 'No'라는 지시를 내렸다. 종아리 부상은 허벅지 부상보다 더 심한 휴유증을 남길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신종길은 지난 17일 LG전에서 2루 도루를 하다가 목 뒷근육에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 마치 운전 중에 뒷차에게 들이받힐 때처럼 뒷목이 뻐근하고 결린 상태다. 타격이나 주루에 큰 문제는 없지만, 혹시나 부상이 커질 것을 우려해 이날 경기에서는 지명타자로만 출전하게 됐다.
선 감독은 시즌 초반 다소 승차에 여유가 있기 때문에 더 느긋하다. 원래 개막을 앞두고 "윤석민과 김진우가 돌아오기 전까지 5할 승률이 목표"라고 했었다. 그런데 KIA는 18일까지 9승4패, 승률 6할9푼2리로 단독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승률 5할보다 5승을 더 벌어놓은 선 감독은 "윤석민이 들어오고 모든 전력이 제대로 갖춰지기 전까지는 현상 유지만 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래서 세운 목표가 바로 '1주일에 3승3패 하기'다. 즉, 주간 승률 5할만 유지하자는 것.
선 감독은 "주중 LG전에서 2승을 벌었으니, 주말 SK와의 3연전에서는 1승만 더 보태자는 생각으로 경기를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선 감독의 계획은 선수들에게도 여유를 주고 있다. 그러다보니 더 편한 상태에서 좋은 흐름이 이어지는 것이다. 이런 KIA의 '주간 승률 5할작전'은 당분간 계속 유지될 듯 하다.
인천=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