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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자의 開口]8세의 어린아이가 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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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에 미국에 있었다. 특파원으로 나가 있었다. 그 해 끔찍한 테러가 발생했다. '911테러'가 터졌다.

그 날 아침, 전화벨 소리에 잠을 깼다. 회사 후배의 전화였다. "선배, 괜찮아요?"

"무슨 소리냐"라고 물었다. 비행기가 뉴욕의 월드트레이딩 센터에 부딪혀 난리가 났다는 것이었다. 급히 TV를 컸다.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장면이 계속해서 방송됐다. 세상에. 믿겨지지 않았다.

언뜻 들어보니 아직도 테러를 위한 비행기 몇대가 날아가고 있다고 했다. 미국 전역이 불안에 떨었다. 기자는 애리조나에 있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너무나 끔찍한 테러였다.

그 해, 월드시리즈에서 애리조나와 뉴욕 양키스가 만났다. 김병현(넥센)이 애리조나에서 뛸 때다. 기자는 취재차 양키스타디움을 찾았다. 월드시리즈 3차전, 당시 부시 미국 대통령이 시구를 했다. 테러에 대해 미국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의미였다. 어떠한 폭력적인 도발에도 굴하지 않겠다는 표현이었다.

사실 취재하는 데는 많은 불편을 겪었다. 수많은 경찰과 특수요원들에게 검문을 당했다. 취재를 위해 운동장으로 내려가려다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입구에는 공항에서나 볼 수 있는 검색대가 설치됐다. 덩치가 황소만한 특수 훈련견들이 돌아다녔다. 그런 가운데 부시 대통령은 시구를 했다. 미국의 건재를 알렸다.

12년이 흘렀다. 4월16일, 또 다시 끔찍한 사건이 터졌다.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폭발물이 터졌다.

우승자가 결승선을 통과한 지 3시간정도 지난 낮 2시50분(현지시각) 경이었다. 일반인 참가자들이 몰려있을 때다. 두차례 폭탄이 터졌다. 대회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현재까지 사망자 3명 포함, 사상자가 18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사망자 속에는 8세의 어린이도 있다고 한다.

정말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또 터졌다. 불특정 일반인을 향한 테러다. 미국당국도 이번 사건을 테러로 간주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극악무도하고 비겁한 행위이다. 폭탄이 무고한 시민을 겨냥했다면 이는 테러 행위다. 누구든 정의의 심판을 받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스턴 마라톤 대회는 1897년 4월19일 첫 발을 내디뎠다. '애국'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역사는 1775년 4월 1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독립전쟁의 기운이 감돌 때다. 당시 영국군은 보스턴을 향해 출동했다. 보스턴 인근 콩코드의 주민들과 '렉싱턴'에서 충돌했다. 영국군은 큰 피해를 입었다. 1783년까지 이어진 미국 독립전쟁의 시작이었다. 이 역사를 기리기 위해 마련된 대회다.

아직 누구의 소행인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경찰측은 압력솥 사제 폭탄이 터졌다고 밝히고 있다. 누구나, 어떤 행동이나 다 이유가 있다. 억울한 사연도 많다. 분노를 참지 못한 일도 많다. 하지만 목적이 모든 수단을 정당화시키지 않는다. 어떤 의도인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테러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그것도 불특정 일반인, 그것도 스포츠를 타깃으로 삼다니.

정치적인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 적어도 스포츠는 평화의 의미를 담고 있다. 화해와 선의의 경쟁이란 뜻을 갖고 있다. 여덟살의 어린 아이가 죽었다. 너무나 가슴이 아픈 현실이다.신보순 기자 bsshi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