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구입 후 재도색한 흔적을 발견했다면?
소비자문제 연구소 컨슈머리서치는 지난 한해 구입한 신차에서 재도색 흔적을 발견하고 중고차를 눈속임해 판매한 것 아니냐는 소비자들의 민원이 10여건이나 있었다고 8일 밝혔다.
하지만 신차 재도색으로 인해 제조사로부터 합당한 보상 조치를 받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재도색 여부를 아예 부인하거나, 인정을 하더라도 '이미 상당한 기한이 지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애매한 입장을 보이기 일쑤다.
컨슈머리서치가 밝힌 사례를 보면 김 모씨(남)는 지난 2월초 5000여만원에 유명 수입차를 구입했다.
김씨는 차량 구입 10일 후 단순 접촉사고 때문에 정비소를 찾았다가 운전석 뒷쪽 휀다 도색 부분이 떨어진 것을 발견하고 재도색이 있었는지 알았다.
또한 김씨는 운전석 뒷브레이크 통을 떼어보니 테이핑 자국에다 도색 시 먼지가 안에 묻혀 들어간 것도 찾아냈다.
김씨는 수입대행업체 및 제조사 등에 관련 문의사항을 내용증명으로 발송했고 '차량 인도 전 재도색은 있었지만 운송 과정이 길다보니 흠집이 난 부분이 있어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도색을 실시하게 된 것'이라는 답을 받았다.
김씨는 "그렇게 당당한 일이면 왜 판매 시 안내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문제 제기 이후에도 딜러가 눈으로 확인하는 것에 그쳤을 뿐 제조사 측은 무성의한 대응으로 일관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수입업체 관계자는 "차량 재도색은 좀 더 나은 품질의 차량을 인도하기 위한 수입차 업계의 '관행'이다. 해당 고객에게 충분히 소명을 했으며 문제 될 사안이 전혀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수입업체들은 신차에 대한 차량 재도색은 수입차 통관 과정의 특수성을 감안해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차량 인도과정이 길고 배로 운송을 하다보니 흠집이 발생해 이를 재도색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해 6월 국산 승용차를 구입한 윤모씨(남)는 운전석 백미러 밑에 도색이 다른 부분을 발견했다. 광택이 잘못된 것으로 알아 직영 서비스센터에서 따지자 '재도색의 흔적'이라는 놀라운 답을 받게 된 것.
AS센터에 문의했지만 '구입 당시 딜러와 상의를 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책임을 넘겨 본사 측에 공식 문의 했다.
하지만 딜러는 현재 퇴직한 상태였고 탁송 과정을 역추적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대답밖에 들을 수 없었다고. 심지어 일부 부분에 대해선 소비자 과실이라며 책임을 떠넘기기까지 했다.
윤씨는 "환한 곳에서 자세히 찾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아 뒤늦게 발견한 것이 과실이 되는 모양"이라며 "재도색 의심 여부에 대해 AS센터나 본사 측 어디에서도 속시원히 결론을 내려주는 곳이 없어 답답한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차량 제작회사 관계자는 "차량 인도과정 도중에 영업사원이 사고를 내는 바람에 이를 무마시킬 목적으로 사설업체에서 재도색을 하는 경우는 있었다"며 "하지만 국내에서 완성차를 만드는 제조사 특성상 공장 출고 후 제조사 자체적으로 재도색을 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신차에 대한 재도색은 차량 소유주가 될 고객에게 미리 알리지 않았다면 충분히 문제가 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제작 과정에서 이뤄지는 도색 과정과 완성차 단계에서의 재도색은 기술적으로 같을 수 없다는 것.
자동차 전문가 박병일 명장은 "도장 작업은 온도를 높게 가해서 하는 것이 특징인데 재도장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높은 온도에서 할 수 없어 시간이 지나면 변색이 되는 등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강도나 수명 등에 있어 확연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재도색을 하더라도 완벽한 차량 상태를 만들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먼저 소비자에게 차량 구입 시 '재도색 차량'인지 별도 고지를 하는 지가 중요하다"면서 "일부 업체에서 '관행'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제조사 사이에서의 관행이지 소비자들의 동의를 구한 관행이 아니기 때문에 정당화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소비자인사이트/스포츠조선] 장종호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