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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축구?' 대전의 생존축구를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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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가 야구, 농구 등 다른 프로스포츠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승부 제도다. 연장을 통해 승부를 가리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무승부에 승점 1점을 준다. 때문에 다른 스포츠와 다른 접근이 가능하다. 무승부를 하나의 전략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비축구는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전력이 약한 팀이 강팀을 상대로 승점 1점이라도 딸 수 있는 방법은 수비축구 밖에 없다.

대전의 수비축구를 두고 말들이 많다. 최진한 경남 감독이 포문을 열었다. 최 감독은 7일 대전과의 경기에서 1대1로 비긴 후 대전의 수비축구를 카타르 축구에 비유했다. 최 감독은 "한국-카타르전을 안 보셨느냐. 상대가 내려서서 수비하면 골 넣기가 쉽지 않다. 밀집된 상황을 공략해야 하는데 준비를 많이 했는데도 쉽지 않았다"고 했다. 3-4-3 포메이션을 구사하는 대전은 수비시에는 좌우 미드필더까지 밑으로 내려오는 5-4-1 전형으로 바뀐다. 사실 수비축구는 보는 입장에서 그리 재밌는 축구는 아니다. 지난시즌 부산은 사실상 10명이 모두 내려가 수비블록을 구축하는 '질식수비'로 많은 질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대전은 상황이 다르다. 대전은 강등 1순위다. 김인완 감독이 대전의 수비축구를 두고 '생존축구'라고 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사실 김 감독이 처음부터 수비축구를 생각한 것은 아니다. 대전은 시즌 초반 포백을 활용했다. 공격축구로 상대와 맞붙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산이었다. 대전은 초반 2연패를 당했다. 내용도 완패였다. 김 감독은 어쩔 수 없이 수비축구 카드를 꺼냈다. 대전은 쓰리백을 사용한 제주전부터 1승2무의 상승세를 탔다. 김 감독은 "모든 감독들이 포백을 선호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나도 광양제철고 감독 시절 2-0 리드를 잡아도 3번째 골을 노리는 공격 축구를 좋아했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현실을 직시해야한다. 프로에서는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고 생각한다. 강등 1순위인 우리는 여론을 신경쓸 여유도, 겨를도 없다. '생존축구'는 대전이 나아가야 할 길이다"고 했다.

그렇다고 김 감독이 수비축구만 하는 것이 아니다. 역습 상황의 움직임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인천전에서 사실상 질식수비에 가까운 전형을 보였다면 경남전에서는 날카로운 역습을 보여주는 성공했다. 김 감독은 "인천전 이후 역습 과정에서 공격 전개 방법에 대해 많은 훈련이 있었다. 루시오가 가담한 이후 전방에서 볼을 키핑해줄 선수가 있으니 좌우측면에 있는 선수들에게 볼이 넘어가는 과정이 많이 좋아졌다. 경남전서도 나름 만족스러운 움직임이 있었다"고 평했다. 후반에 교체투입된 바바, 허범산, 이동현도 잠그기 보다는 골을 넣기 위한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대전의 수비축구를 비기기 위한 카타르식 축구와 비교하기 어려운 이유다.

올시즌에는 2.5팀(13, 14위 2부 강등, 12위팀이 2부리그 1위팀과 플레이오프)이 2부리그로 떨어진다. 시도민구단으로서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시도민구단에게 수비축구는 단순히 승점 1점을 위한 전술이 아니다. 생존이 걸려있는 문제다. 대전의 생존축구를 비난하기 어려운 이유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