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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전서 드러난 포항의 불안요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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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얼음판 걷는 기분이에요."

황선홍 포항 스틸러스 감독이 4월 일정을 묻자 씩 웃으면서 내놓은 답이다.

출발이 좋다. 외국인 선수 한 명 없는 '신토불이 스쿼드'에 대한 우려의 시선은 걷어낸지 오래다. 2013년 K-리그 클래식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등 시즌 8경기에서 무패(4승4무)로 순항 중이다. 5경기를 치른 K-리그에서 무패 팀은 포항과 경남FC(1승3무) 단 두 팀 뿐이다. 질적인 면에선 차이가 난다. 경기당 평균 두 골(10골)의 득점력과 0점대 방어율(4실점)을 기록 중인 포항의 힘이 압도적이다. 톱니바퀴 처럼 돌아가는 패스 플레이와 강력한 압박이 최대의 강점이다.

하지만 황 감독은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언제 튀어 나올지 모르는 불안요소 때문이다. 가장 우려하는 것은 부상과 징계로 인한 공백이다. 현 상황은 완벽한 '더블 스쿼드'를 구성할 정도는 아니다. 때문에 핵심 선수들을 제외한 백업 요원들의 경우 일정과 관계 없이 투입을 하고 있다. 거듭되는 일정으로 인한 체력부담도 문제다. 리그와 ACL을 병행하는 기간에는 3~4일 간격으로 경기를 치러야 한다. 실질적인 경기 준비 시간은 이틀 정도다. 체력을 회복하기도 빠듯한 시간이다. 황 감독은 "지금 흐름이 좋다고 해도 여름이 되면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6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가진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클래식 5라운드에서 포항은 몇 가지 불안감을 노출했다. 그동안 우려했던 주전 공백과 체력 저하 문제가 동시에 나타났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공수 밸런스를 조율했던 황지수가 경고누적으로 빠지게 되자 황 감독은 멀티 플레이가 가능한 측면 공격수 신진호에게 대체자 역할을 맡겼다. 공격 쪽에서는 어느 정도 효과를 봤으나, 완급 조절에는 실패하면서 인천의 역습에 고전했다. 후반 중반 이후부터는 발이 무거워 지면서 빠른 발을 앞세운 인천의 측면 돌파에 수 차례 위기를 맞았다. 2일 히로시마 원정에서 수중전을 치른데 이어, 인천전에서도 장대비를 맞으면서 경기한 탓에 체력 저하 속도가 더 빨랐다. 10일 히로시마와의 리턴 매치 전까지 체력 회복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인천은 포항전을 앞둔 다른 팀들에게 모범답안을 제시했다. 김봉길 인천 감독은 터프한 수비형 미드필더 손대호를 활용한 파워 플레이와 상대가 패스를 받기 전부터 전방압박을 시도해 포항의 패스 플레이 힘을 최소화 하는데 주력했다. 측면 2대1 패스를 통한 돌파에 이은 크로스 역시 효과를 봤다. 결과는 1대1 무승부였으나, 내용은 인천의 판정승이었다.

황 감독은 경기 후 "패하지 않은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체력적 부담이 작용한 승부인 것 같다"고 평했다. 인천의 터프한 플레이에 고전한 부분에 대해서는 "축구는 몸으로 하는 운동이다. 룰 안에서는 최선을 다 하는게 맞다. 상대도 그렇게 했다. 그런 부분을 이겨낼 수 있어야 강팀이 될 수 있다"면서도 "상대가 어떻게 나오든 우리 플레이를 좀 더 나타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감독은 "다음 주 히로시마전과 경남전까진 가용 자원을 총동원하고 팀 컨디션을 봐야 한다. 이후에도 오늘과 같다면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 상황에서 당장 포항이 추락할 가능성은 드물다. 개개인의 기량과 조직력 모두 뛰어난 만큼, 언제든 흐름을 잡을 능력이 된다. 그러나 한 번 꺾인 흐름을 되찾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포항이 불안요소와의 본격적인 싸움에 들어갔다. 포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