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전 성남 일화 감독(43)이 유럽 축구 연수길에 올랐다.
29일 밤 스페인 마드리드행 비행기에 올랐다. 31일 바르셀로나-셀타비고전을 관전하는 것으로 유럽 연수를 시작한다. 향후 2개월간 스페인과 독일에 머물며 선진축구 현장을 체험하고 올 예정이다. 일주일에 최대 4회의 경기를 관전하고, 2부리그, 팀 훈련까지 챙기는 상당히 빡빡한 일정이다. 지난 4년간 앞만 보고 달려온 신 감독은 모처럼 맞이한 '쉼표'를 도약을 위한 재충전의 기회로 삼았다. "감독으로 4년간 일했다. 지난해 부족한 점을 느꼈지만 미처 메우지 못했다. '신태용 축구를 업그레이드하는 계기'로 삼겠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신 감독은 지난 2008년, 두달간 잉글랜드 연수를 경험한 바 있다. 이 시기의 배움과 깨달음은 2009년 이후 성남의 축구 '신태용 매직'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신 감독은 "당시 첼시 등을 보고 나름 느끼고 온 게 있었고, 돌아온 후 상당히 유용하게 써먹었다. 수비 포메이션, 공격으로 돌아나가는 움직임 등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그때 배웠다. 현대축구는 또 많이 바뀌었다. 선진축구를 보며 더 많이 배워오겠다"며 새로운 결의를 다졌다.
일단 '대세'인 스페인과 '내실'있는 독일을 택했다. 스페인에서 보름 정도 머문 후 손흥민(함부르크) 구자철 지동원(이상 아우크스부르크) 등 코리안리거들이 맹활약중인 독일을 향한다. "세계축구의 대세는 스페인이다. 독일 분데스리가는 재정이 좋아 탄탄하게 진행되고 있다. 스페인과 독일리그의 막판 치열한 경기를 최대한 많이 보고올 예정"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평소 바르셀로나의 팬을 자처해온 신 감독이 내심 가장 기대하고 있는 경기는 역시 유럽 챔피언스리그다. "8강에 나란히 오른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를 직접 관전할 계획"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내달 4일 레알마드리드-갈라타사라이의 유럽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7일 리그 레알 마드리드-레반테전, 11일 바르셀로나-파리생제르맹의 8강 2차전 등을 꼼꼼히 체크해뒀다. 주변에서도 신 감독의 여정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안기헌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가 해당클럽들에 공문을 띄워주셨다. 큰 도움이 될 것같다"며 감사를 표했다. 5월 말 귀국하는 신 감독은 7월엔 영국도 방문한다. 지도자 P코스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프리시즌 경기도 지켜볼 예정이다. "이탈리아 세리에A를 제외하고 빅리그를 모두 보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31일 바르셀로나-셀타비고전에서 박주영과 조우할 수 있을까. "아직 만날 약속을 잡진 못했지만, 주영이가 밥 산다면 만나고!"라며 호방하게 웃었다. 유쾌한 '난놈' 신태용의 여정이 시작됐다. 길이 끝난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된다.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