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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파워 랭킹 1위 구본능, 2위 김인식, 3위 KBO이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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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출범한 한국 프로야구는 국내 최고의 스포츠 콘텐츠로 자리를 굳혔다. 지난해 31년 만에 처음으로 관중 700만명을 돌파했다. NC 다이노스가 참가하면서 9구단 체제로 운영되는 올해는 750만 관중을 목표로 잡았다. 30일 개막전 중계에 이례적으로 공중파 3사가 뛰어들었다. 2015년에는 10구단 KT까지 1군 리그에 참가한다. 2000년대 초반 위기를 맞았던 국내 프로야구는 200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분위기를 전환해 지난해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올해 흥행 여부가 향후 흐름을 예측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더 치고 올라가느냐, 아니며 다시 조정기를 거치느냐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럼 한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자리잡은 프로야구를 움직이는 '파워 피플(Power People)'은 누구일까. 현재 국내 프로야구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인사는 누구일까. 스포츠조선은 2013시즌 개막을 앞두고 프로야구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전문가 65명에게 "누가 한국 프로야구를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9개 구단의 사장과 단장, 감독, 주장이 모두 참여했다. 또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대한야구협회 관계자,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방송사 해설위원, 프로야구 원로들의 모임인 일구회 회원 등이 설문조사에 참가했다. 1인당 복수로 3명까지 추천할 수 있게 했다. 자칫 인기투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팬들에게 의견을 묻지는 않았다.

▶파워 킹은 구본능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은 구본능 KBO 총재(64)였다. 참가자 65명 중 43명이 구 총재를 꼽았다. 참가자의 66%가 구 총재가 프로야구를 움직이고 있다고 본 것이다.

구 총재의 1위는 충분히 예상이 가능했다. KBO 총재는 한국 프로야구를 이끌어가면서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위치다. 영향력 면에서 개별 구단이나 야구인 개인과 비교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총재 직분 만으로 그의 영향력이 인정을 받은 건 아니다.

구 총재는 2011년 8월 제19대 KBO 총재가 됐다. 그는 LG그룹 창업주(구인회)의 손자이며 희성그룹을 이끌고 있는 기업인이다. 야구가 좋아 무보수로 총재직을 맡았다. 구 총재는 지난해 말 복잡하게 꼬였던 10구단 창단 문제를 원활하게 마무리하는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10구단 창단을 승인하지 않으면 골든글러브 시상식과 동계훈련에 불참하겠다는 선수들(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과 강하게 반대했던 일부 구단을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구 총재의 '감성 리더십'이 둘 사이에 다리를 놓았다는 게 KBO 관계자의 설명이다. 구 총재는 해결사로 직접 나서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선수협 대표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고, 10구단에 반대했던 구단의 오너를 찾아가 설득했다. 그리고 수원-KT와 전북-부영이 맞붙어 사상 유례없이 치열했던 10구단 유치 경쟁도 뒷말없이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구 총재는 1주일에 두 차례 KBO 사무실로 출근한다. 프로야구에 현안이 있을 때는 그룹일을 뒤로 미루고 야구에 매달렸다. NC와 창원시가 연고지 이전을 놓고 충돌했을 때는 관련 공문서의 단어 하나까지도 일일이 챙겼다고 한다. KBO 입장에서 할 말을 하면서도 창원시와 NC의 감정을 자극하는 단어를 순화시켰다. 그는 KBO 직원들과 회의를 할 때 직접 커피를 타 들고 책상에 앉는다. 아랫사람들이 의자를 빼주는 등의 격식을 무척 싫어한다. 총재라고 야구인들로부터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없다. 스스로를 낮춘다. 그저 '일하는' 총재로 남고 싶은 것이다.

▶'3김'이 합쳤을 경우 총재에 맞먹는다

2위는 18표를 받은 김인식 KBO 기술위원장(66)이다. 3위는 프로야구 현안에 대한 거의 모든 결정을 내리는 KBO 이사회(9개 구단 사장 참가)로 15표, 4위는 10구단 창단 승인 과정에서 시상식 불참이라는 초강수를 던졌던 선수협(선수라고 한 답변도 포함)으로 13표를 받았다. 나란히 12표씩을 받은 김응용 한화 감독(72)과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71)이 공동 5위에 자리했다.

김인식 기술위원장은 구단과 KBO, 대한야구협회, 해설위원, 일구회로부터 고르게 표를 받았다. 그는 프로팀 감독으로서 성공했고, 두 차례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를 통해 '국민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비록 2009년 한화 사령탑을 끝으로 현직에서 물러났지만 KBO 기술위원장으로 변신,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야구계에 현안이 나올 때 마다 김응용 감독, 김성근 감독과 함께 '돌직구' 발언을 주저하지 않고 있다.

야구판에서 이 '3김'의 힘이 얼마나 막강한 지가 이번 조사를 통해 다시 확인됐다. 김인식 김응용 김성근이 받은 표를 합치면 42표로 구 총재(43표)와 맞먹는다. 따라서 3김이 특정 사안에 한 목소리를 낼 경우 프로야구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할 것 같다.

해태 타이거즈(현 KIA)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명장 김응용 감독은 오랜 공백을 깨고 지난해 한화 사령탑으로 컴백했다. 그는 삼성 감독, 삼성 라이온즈 사장을 거쳤다.

김성근 감독은 2000년 후반 SK를 세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며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야구에 푹 빠진 진정한 '장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 지휘봉을 놓은 후에는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에서 유망주를 키워내고 있다. SK를 떠나는 과정에서의 잡음으로 그가 거둔 성공에 비해 저평가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빅마우스' 허구연 만만치 않다

허구연 KBO 야구발전실행위원회 위원장(62)이 10표로 '팬'과 나란히 공동 7위에 올랐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이기도 하다. 허 위원장은 경력이 다채롭다. 실업야구단 선수를 거쳐 방송에서 야구해설을 주로 했다. 청보 핀토스 감독과 롯데 자이언츠 코치도 경험했다.

야구팬들에게는 MBC 대표 야구 해설자로 인기가 높았다. 그는 대중적 인기에 만족하지 않았고 2010년부터는 야구발전실행위원회를 맡아 야구 행정에 관여하고 있다. 요즘은 야구 시설 인프라와 유소년 야구 발전에 관심을 쏟고 있다.

▶미래의 파워 피플

현역 선수로는 삼성 이승엽(37)이 가장 높았다. 7표로 9위에 올랐다. 그는 지금까지 선수로서 국내 무대에서 최고의 활약을 했다. 지난해 9년 만에 일본에서 삼성으로 복귀한 이승엽은 바로 친정팀에 통합 우승을 안겼다. 2003년에는 56홈런으로 아시아의 홈런왕이 됐다. 지난해에는 한-일 통산 500홈런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승엽은 지금까지 프로야구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힌 적이 거의 없다. 그는 선수 은퇴 이후에도 야구계에서 일할 생각이다. 그가 나이를 먹고, 좀더 자유로운 위치가 되면 영향력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선동열 KIA 감독(50)과 지난해 한화에서 선수 은퇴한 박찬호(40)가 나란히 6표를 받아 공동 10위에 랭크됐다. 선 감독은 스승 김응용 감독에 이어 현직 프로야구 사령탑으로는 두 번째로 많은 지지를 얻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3표로 공동 13위를 차지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고양 원더스 훈련장을 방문했다. 그때의 인연으로 김성근 감독이 박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한국인 최초로 국내 프로야구를 거쳐 메이저리거가 된 류현진(LA 다저스)과 28일 취임한 이병석 대한야구협회장(국회부의장)도 2표를 받았다. 고 최동원, 유영구 전 KBO 총재, 양준혁 SBS해설위원 등이 각각 1표씩을 받았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