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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국내 첫 중환자의학과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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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도 미국과 같은 선진국 수준의 중환자 치료시스템이 도입된다.

삼성서울병원은 28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중환자의학과(과장 서지영 호흡기내과 교수)를 개설하고, 중환자의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하버드의대 호흡기내과 최명근 교수(미국명 Augustine Choi)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최명근 교수는 존스홉킨스의대를 비롯해 예일대의대, 피츠버그대의대 등을 거쳐 현재 하버드대 부속 브리검 여성병원 호흡기내과 과장이자 중환자실 핵심 의료진으로 활동 중이다.

지난 2000년 세계적 저널인 <네이처 메디슨>에 저농도 일산화탄소를 주입하면 세포 보호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증명함으로써 폐질환, 혈관염증성 질환 등의 치료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바 있다. 2011년에는 이러한 연구업적을 높게 인정받아 호암상을 수상하는 등 이 분야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이번에 중환자의학과 개설과 함께 최명근 교수의 지원을 받아 중환자 치료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할 방침이다. '하버드식 중환자 치료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각 진료과에 중환자실 운영을 맡겨뒀던 국내 병원 중환자실과 달리 앞으로 삼성서울병원에서는 중환자의학과가 전면에 나서 중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맞춰 치료를 진행하게 된다.

미국에서도 인력과 비용이 많이 들어 하버드를 포함해 피츠버그대학 등 일부 유명 대학병원에서만 운영하고 있지만, 삼성서울병원은 환자행복을 최우선으로 이번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죽어가는 환자도 살리겠다'는 각오다.

이 과정에서 최명근 교수는 치료시스템 설계 등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다. 우선 중환자실에는 중환자의학을 전공한 중환자의학 전문의가 24시간 상주한다. 교수 5명과 임상강사 4명을 포함해 9명의 중환자 전문의들이 배치됐다.

이는 중환자의학 전문의와 중환자간 1:14의(128병상) 비율로, 미국중환자의학회에서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인 1:14를 충족시키고 있다.

이들은 환자상태가 급변하게 되면 최일선에서 초기 대응에 나서 환자 상태를 안정화시키는데 주력한다. 현재도 일부 대학병원에서 당직 수준에서 전담 제도를 제한적으로 운영한 적은 있지만, 전체 진료과로 확대 운영하기 어려웠던 현실을 감안하면 획기적이다.

특히 지난해 대한중환자의학회 조사 결과, 패혈증 환자를 중환자 전담의가 치료했을 때 사망률이 41.6%에서 18%으로 줄었다는 발표가 있었던 만큼, 앞으로 삼성서울병원 중환자 치료 성적을 크게 높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중환자의학과 전문의 제도 운영과 함께 중환자실 다학제 진료팀도 별도로 가동한다. 중환자의학과 전담의를 기본으로 각 진료과별 담당 교수와 전문의, 전공의는 물론 간호사와 약사, 영양사까지 모두 포함한 다학제 진료팀이 중환자실 회진을 함께 한다.

중환자실 입원 환자의 경우 여러 장기들이 동시에 손상 받은 경우가 많고 환자의 상태가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한 분야의 전문가 보다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대야 최적의 치료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게다가 그동안 엄격히 제한돼 왔던 중환자실 면회도 크게 완화된다. 정해진 시간 안에서만 면회가 가능하던 지금과 달리 환자 상태에 따라 수시로 할 수 있을뿐더러 보호자가 환자 상담과 치료계획 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중환자실 전담의나 다학제 진료팀과 면담도 언제든 가능하다.

중환자의학 전담의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고 입원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으며 ▶근거의학 중심의 치료가 가능하고 ▶합병증 및 의학적 오류 발생을 줄여 진료의 질과 환자안전에 유리하며 ▶의료자원의 효율적 사용을 통한 의료비용 감소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으로 관련 학계에서 분석하고 있다.

초대 과장을 맡은 서지영 중환자의학과 과장은 "당장의 수익 보다 세계적 수준의 병원으로 도약하기 위해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중환자실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의미가 크다"라며 "앞으로 새로운 중환자실 문화로 선도하고 치료율을 높이는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