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방법은 단 하나 뿐이다. 홈팀의 텃새를 극복하고 이기는 수 밖에 없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이 첫 경기인 네덜란드전에 참패하면서 2라운드 진출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역대 WBC 한국 경기 가운데 최악의 졸전이었다는게 내외신의 반응이다. 대표팀 류중일 감독조차 "어느 것 하나 잘 된게 없는 최악의 경기였다"고 했다. 이제 한국은 4일 호주전과 5일 대만전을 모두 이겨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물론 경우의 수에 따라 1승2패로 올라갈 수도 있고, 2승1패로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대회 첫 날 드러난 전력에 따르면 2승1패를 만드는 것 이외에는 확실한 방법이 없다. 대만에 1대4로 패한 호주가 B조 최약체로 본다면, 결국 한국으로서는 마지막 상대 대만을 반드시 꺾어야 한다. 야구 열기가 한국 못지 않은 대만을 누를 비책을 준비해야 한다.
▲1,2회 때와 다른 대만
한국은 지난 두 차례 WBC에서 대만과 두 번 맞붙어 모두 승리했다. 2006년 1라운드 예선에서는 2대0으로 이겼고, 2009년에도 1라운드에서 9대0으로 완파했다. 베스트 멤버로 만난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예선 6대1 승, 결승 9대3 승으로 편하게 눌렀다. 그러나 지금의 대만은 그때와 다르다. 대만 전력은 2일 호주와의 개막전에서 어느 정도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선발 왕첸밍에 이어 등판한 궈홍치와 천홍원은 각각 1이닝 무안타 무실점을 기록하며 불펜의 높이도 만만치 않음을 보여줬다. 왕첸밍이 한국전에 등판할 수 없는 가운데 선발이 누가 될 지는 모르지만, 홈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등에 업고 초반부터 힘을 낼 가능성이 높다. 타자들 중에서는 호주전서 홈런을 날린 펑정민을 비롯해 린즈셩과 린저슈엔의 타격감이 최고조에 오른 상태다. 대만의 씨에창헝 감독은 특히 "투수들이 균형감 있게 잘 던져줬고, 앞으로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며 자신감을 내비친 상태다. 한국을 의식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수비에서도 탄탄한 조직력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타선, 해법은 내부에
아무리 대만이 홈팀이고 급상승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해답은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타선을 추슬러야 한다. 네덜란드전에서 9이닝 동안 4개의 안타를 친 공격력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 현재 타선 부진의 원인 피로 누적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 경기전 갖는 타격 훈련에서도 대표팀 타자들의 방망이는 썩 활기차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타격감이라는게 하루만에 오를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에 대한 희망을 품어 볼 수는 있다. 류 감독은 네덜란드전 패배후 "선수들의 타격감이 아직까지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충분히 대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대만 투수들에 대한 분석이 끝난 가운데, 대표팀 전력분석팀은 "호주전에서 나타났지만 대만 투수들 역시 빠른 공보다는 변화구와 제구력에 의존한 피칭을 보여주기 때문에 끈질기게 공을 보고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성급한 승부는 금물이다.
▶키는 노경은과 이승엽
투타 키플레이어를 꼽는다면 노경은과 이승엽이다. 대회 직전 최고의 컨디션을 과시했던 노경은은 네덜란드전에서 안타 2개와 볼넷 2개를 내주며 경기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문제는 제구력이었다. 주무기인 슬라이더가 높게 제구됐다. 의욕이 앞섰다. 프로 입단 이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등판한 첫 경기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노경은은 전천후 불펜투수로 이미 활용 방법이 정해진 상태. 대만전에서도 노경은은 선발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 구위 자체보다는 제구력과 성급한 승부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기 때문에 심리적 안정을 취할 필요가 있다. 이승엽은 이날 7회 대타로 나가 파울플라이로 물러났지만, 대만전에서는 선발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연습경기에서 홈런을 날리지 못한 이승엽은 타격감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타선의 리더로서 존재감을 내보일 경우 전체적인 공격이 쉽게 풀릴 수 있다. 타이중(대만)=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