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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그가 왜 스완지시티 우승의 'KEY'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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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 decision(키 디시젼).'

스완지시티가 리그컵 우승을 차지하자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키 디시젼'을 언급했다. 미드필더 기성용(24·스완지시티)이 중앙 수비수로 뛴 것이 리그컵 결승의 하이라이트이자 큰 화제거리였다는 얘기다. 결과부터 얘기하면 도박에 가까웠던 미카엘 라우드럽 스완지시티 감독의 모험은 대성공을 거뒀다.

스완지시티가 25일(이하 한국시각) 영국 런던 웸블리스타디움에서 열린 2012~2013시즌 캐피탈원컵(리그컵) 결승에서 브래드포드시티를 제압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5대0의 대승이었다. 기성용은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해 62분간 활약하며 팀에 우승컵을 선사했다. 스완지시티는 1912년 창단 이후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하면서 유로파리그 출전권을 확보했다. '키 디시젼'이 바로 스완지시티 우승 해법의 키(KEY)였다.

▶한국-스코틀랜드-잉글랜드 컵대회 트레블

리그컵 결승전부터 스완지시티 구단은 기성용의 우승 경험을 집중 조명했다. 홈페이지에 인터뷰를 실으며 '기성용이 셀틱에서 스코티시컵 우승을 경험했다'고 전했다. 스완지시티에서 컵대회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는 기성용과 데 구즈만이 '유이'했다. '우승 DNA'를 가진 기성용이 리그컵 결승에서 큰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기성용이 기대에 부응했다. 감기에 걸린 상황에서도 선발 출전해 수비의 중심을 잡았다.

리그컵 우승으로 기성용의 우승 DNA가 다시 조명받고 있다. 한국과 스코틀랜드 잉글랜드에서 컵대회 우승을 모두 맛봤다. 개인 통산 '컵대회 트레블'을 이뤄냈다. 2006년 FC서울에 입단했던 기성용은 첫 해 팀의 리그컵 우승을 지켜봤다. 비록 한 경기에도 뛰지 못해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프로에서 첫 인연을 맺은 우승이 바로 컵대회였다. 2009~2010시즌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SPL) 셀틱으로 이적한 이후 유럽무대 첫 우승도 컵대회로 장식했다. 마더웰과 만난 2010~2011시즌 스코티시컵 결승에서 선제 결승골을 기록하며 팀의 3대0 승리를 이끌었고 유럽 무대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좋은 추억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2011~2012시즌 리그컵 결승에서는 킬마녹에 패하며 우승 문턱에서 주저 않았다. 그러나 기성용은 2012~2013시즌 리그컵대회에서 다시 우승을 차지하며 '컵대회에 강한 사나이'임을 스스로 증명해냈다. 개인 통산 4번째 우승, 그리고 유럽무대에서 기록한 3번의 우승 중 두 번을 컵대회로 장식했다.

▶중앙 수비수 기성용, 깜짝 변신 이유

모험이었다. 라우드럽 스완지시티 감독은 수비형 미드필더를 중앙 수비수로 기용했다. 그것도 스완지시티의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앞둔 리그컵 결승전이었다. 경기 전부터 웨일즈 지역 언론은 중앙 수비수 조합에 큰 관심을 가졌다. QPR전에서 부상한 중앙 수비수 치코의 빈 자리를 누가 메울 것이냐는 추측이 난무했다. 부상에서 회복한 몽크가 1순위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중앙 수비수 윌리엄스의 파트너는 기성용이었다. 성공적이었다. 가디언은 '라우드럽 감독의 키(Ki) 결정이 브래드포드가 스완지의 그림자를 쫓게 했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기성용의 중앙 수비수 기용 결정이 옳았다. 브래드포드 공격수들이 스완지시티의 중앙 수비수들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기성용은 환상적인 볼배급을 통해 스완지시티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라우드럽 감독은 기성용의 수비수 기용을 두고 세 가지를 염두에 둔 듯 하다. 첫째, 상대 전술이다. 브래드포드의 최전방 공격수는 1m93의 장신인 제임슨 핸슨였다. 몽크의 신장은 1m83에 불과하다. 맞불작전을 택했다. 라우드럽 감독은 1m90이 넘는 기성용에게 핸슨의 수비를 맡겼다. 기성용의 장거리 패스 능력도 고려 대상이었다. 패싱축구를 선호하는 라우드럽 감독은 수비부터 공격을 전개하기 위해 기성용을 택했다. 마치 바르셀로나가 패싱플레이를 위해 수비형 미드필더인 마스체라노와 부스케츠를 중앙 수비수로 기용하는 것과 같은 논리다.

마지막으로 라우드럽 감독은 기성용의 중앙 수비 능력을 이미 확인했다. 지난해 9월 22일, 기성용은 에버턴과의 리그 경기에서 후반 10분 중앙 수비수로 변신했다. 무난한 플레이를 펼쳤다. 기대대로였다. 기성용은 핸슨과의 제공권 대결에서 공을 따냈고 패스의 시발점 역할을 했다. 리그컵 결승을 현장에서 지켜본 기성용의 부친 기영옥 광주시축구협회장은 "경기 직전에 중앙 수비수로 출전한다는 것을 알았다. 결승이라는 큰 무대에서 안뛰던 포지션을 봐서 걱정이 많았는데 제 역할을 잘 해냈다"고 평가했다.

기성용은 팀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희생했다.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리그컵 우승의 빛나는 조연, '언성 히어로(Unsung Hero)'였다. 라우드럽 감독도 기성용의 활약에 배려로 보답했다. 기 회장은 "성용이가 감기가 다 낫지 않아 힘들어했다. 4-0으로 앞서자 휴식을 주기 위해 교체 아웃시켰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기성용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우승의 기쁨을 전했다. "유럽에서 3번째 우승. 낮선 자리였지만 또 다른 새로운 경험이 너무 값지다. 어디서든 팀을 위해 희생한다는게 제일 중요하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