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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합쳐 재활만 6년, 윤원일-정석민의 부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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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지 않은게 다행이었어요."

선수들에게 재활은 '고통' 그 자체다. '뼈를 깎는 아픔'이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하다.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 속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겨야만 그라운드를 다시 밟는 영광을 누릴 수 있다. 아무리 인내심이 강한 선수라도 '재활'이라는 단어에는 고개를 젓는다. 그런 재활을 3년씩, 둘이 합쳐 6년이나 보낸 선수들이 있다. 올시즌 제주를 떠나 대전에 함께 새 둥지를 튼 윤원일(27)과 정석민(25) 이야기다.

둘의 부상일지는 듣는 사람이 괴로울 정도다. 부상도 실력이라지만, 가혹할 정도로 시련이 이어졌다. 2008년 드래프트 1순위로 제주 유니폼을 입은 윤원일은 당해 대전과의 경기에서 왼쪽 전방십자인대가 끊어지는 중상을 입었다. 재활 후 2009년 복귀전을 치렀지만 같은 부위를 또 다쳤다. 2011년 6월 복귀할때까지 숱한 부상과 싸웠다. 윤원일은 "밖에 안나가고 연속으로 1년 6개월 동안 재활훈련에만 전념한 적이 있다. 그때 3주 운동한다고 하면, 첫주는 즐겁고 2주째는 지겹고 3주째는 미친다. 3일 쉬고 그 과정을 계속 반복하면서 1년 6개월을 보냈다고 생각해보라. 미치지 않은게 다행이었다"고 했다.

청소년대표 출신의 정석민은 촉망받는 선수였다. 그러나 2007년 오른쪽 전방십자인대가 끊어지며 지긋지긋한 부상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2008년 복귀를 노렸지만 같은 부위가 다시 한번 끊어졌다. 독일로 건너가 3차 수술을 한 끝에 축구선수로서의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부상 동안 명성은 사라졌다. 테스트 끝에 턱걸이로 포항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재활의 힘든 과정을 "2년 동안 재활하면서 그라운드에 서고 싶다는 생각은 사치였다. '멀쩡하게 걸으면서 살아야겠다' 이 생각 하나로 버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다 추억이다"며 함께 웃었지만, 그 속에 얼마나 많은 아픔이 있었는지 짐작이 갔다.

힘든 재활 끝에 돌아왔지만 제주에 이들의 자리는 없었다. 윤원일은 주포지션인 중앙수비 대신 측면수비로 뛰어야 했다. 그나마도 경기에 자주 나갈 수 없었다. 정석민도 마찬가지였다. 탄탄한 미드필드진에 밀렸다. 그는 "작년에 제주에서 고작 3경기를 뛰었다. 내 실력이 부족했던 것도 있지만, 경기에 나설 수 있는 횟수가 너무 적었다"고 말했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김인완 대전 감독이 손을 내밀었다. 윤원일과 정석민은 이구동성으로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윤원일은 "이렇게 있다가는 계속 정체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선수는 경기를 뛰는게 중요하다. 뛸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대전에서 연락이 왔다"고 했다. 구마모토 전지훈련부터 대전과 함께 한 정석민도 "백지에서 출발해서 한 만큼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뛰고 있다"고 했다.

이들에 대한 김 감독의 기대도 크다. 윤원일은 불안한 대전의 수비를 이끌어야 하며, 정석민은 이현웅(수원)이 빠져나간 미드필드에서 젖줄 역할을 해야 한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김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임대신분의 윤원일은 "대전에서 마음이 편하다. 제주로 돌아가야 하지만 반드시 잔류시켜놓고 싶다"고 했고, 정석민도 "빨리 게임뛰고 싶다. 지금 같이 한다면 팀 잔류에 일조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포부를 드러냈다. 다리에 늘어난 칼자국 숫자만큼 성숙해진 윤원일과 정석민의 시즌을 주목해보자.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