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 KGC인삼공사 감독과 선수들이 99일 만에 환한 웃음을 되찾았다.
인삼공사는 20일 인천도원체육관에서 벌어진 2012~2013시즌 V-리그 경기에서 흥국생명을 세트스코어 3대1(25-14, 25-23, 22-25, 25-23)로 꺾었다. 이로써 인삼공사는 지난해 11월 13일 흥국생명에 3대1로 승리한 이후 99일 만에 귀중한 시즌 2승(22패)째를 따냈다.
그 동안 이 감독은 경기장에 나오는 것이 싫었다. 경기가 끝난 뒤 이 감독은 "연패 기간 경기장에 나오는 것이싫었다"고 고백했다. 인삼공사는 올시즌 초반부터 삐걱거렸다. 새 외국인선수 드라간의 태업에 이은 퇴출로 개막 이후 한 달 반 동안 국내 선수로 경기를 치러야 했다. 또 장소연 김세영 한유미 등 주축 선수가 올시즌을 앞두고 대거 은퇴했고, 세터 한수지는 갑상선 수술을 받아 한 동안 뛸 수 없게 됐다. 2년차 센터 장영은도 발목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연패가 늘어나는 도중 이 감독이 신경쓴 부분은 선수들의 정신력이었다. 이 감독은 "5연패까지 선수들을 믿었다. '하면 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우리의 전력이 이게 전부인데 무엇을 뒤집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근성과 정신력에 대해 강조를 많이 했다. 프로선수라면 스스로 극복하는 것도 프로선수로 가질 수 있는 책임감이다. 정신력 부분 만큼은 지면 안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연패 기간 선수들을 질타하지 않았다. 그는 "성적에 대해서는 화를 낸 적이 없다. 16연패 정도 했을 때 훈련을 강조했다. '독하게 하자. 강하게 하자'고 했다. 따로 불러서 혼을 내고 선수들을 코너로 모는 행동은 안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이 강조한 정신력은 99일 만에 빛을 발했다. 이 감독은 "연패 끊는게 스포츠판에서 우승하는 것보다 힘들다고 하는데 정말 100% 실감했다. 이날 승리는 준비도 많이 했지만 연패를 끊어보겠다는 선수들의 정신력이 효과를 봤다"고 전했다. 이어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 대견하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이날 전율을 느꼈다. 연패를 탈출하고자 하는 선수들의 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경기 초반 시작할 때부터 선수들의 모습을 보고 승리를 확신했다. 전율이 느껴졌다. 첫 세트하는 모습보고 '오늘은 이길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4세트 내줬다면 또 다시 패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풀세트에선 항상 경험 부족으로 패한다. 패배 의식이 있다보니 3세트를 넘지 못했다. 4세트에서도 약간 부담이 작용한 것 같다"고 했다.
승리의 기쁨과 함께 씁쓸함도 교차했다. 이 감독은 "기분은 좋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하다. 우리의 목표가 이것이 아니었다. 1승에 기분에 좋아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했다.
아직 정규리그는 1라운드가 더 남아있다. 이 감독은 큰 그림을 그렸다. 이 감독은 "굳이 욕심을 부리자면 시즌이 끝나기 전에 전구단 승리를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인천=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