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 중견수는 정말 도박인가.
신시내티 레즈 추신수(31)의 중견수 수비에 대해 현지 언론이 연일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 최대 스포츠채널 ESPN은 20일(이하 한국시각) '신시내티가 추신수를 중견수로 쓰는 것은 도박이나 다름없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글을 쓴 사람이 신시내티와 워싱턴에서 단장을 지낸 뒤 현재 ESPN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짐 보든이라는 점과 그가 추신수의 이적 소속팀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감독, 코치, 선수, 구단직원 등 관계자 15명의 의견을 들어 이같은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는 것이 신경을 쓰이게 한다. 왜 짐 보든은 추신수의 중견수 보직에 대해 '부적합' 판단을 한 것일까.
▶왜 중견수를 맡아야 하는가
지난해 12월12일 신시내티는 클리블랜드, 애리조나와의 3각 트레이드를 통해 추신수를 영입했다. 대신 중견수인 드루 스텁스와 유격수 디디 그레고리어스를 내줬다. 추신수를 데려온 가장 큰 이유는 톱타자 문제 때문이었다. 신시내티는 지난 2008년 더스티 베이커 감독을 앉힌 이후 단 한 시즌도 붙박이 톱타자가 있었던 적이 없었다. 심지어는 제이 브루스, 브랜든 필립스 등 중심타자들이 1번으로 나선 적도 있다. 이같은 해묵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유망주 2명을 내주는 출혈을 감수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중견수인가. 현재 신시내티에서는 라이언 러드윅과 제이 브루스가 각각 붙박이 좌익수와 우익수를 맡고 있다. 둘 모두 해당 포지션에서 정상급 수비를 펼치는 선수들이다. 특히 브루스의 경우 골드글러브 후보로 꼽힐 정도로 우익수 수비가 뛰어나다. 그동안 우익수로만 뛰다시피한 추신수가 중견수를 맡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무엇이 불안한가
추신수는 지난 19일 스프링캠프를 찾은 짐 보든과의 인터뷰에서 "중견수로 뛰는 것이 여전히 불편하다"고 했다. 보든은 이에 대해 '자신에게 맡겨진 수비에 대해 자신감이 없다고 느끼는 것은 결코 좋은 징조가 아니다'라고 평했다. 추신수 같은 사례가 드물다는 것도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역대로 수비 변경 직전 4시즌 동안 300경기 이상 외야수로 나서는 동안 중견수로는 10경기 이하로 뛴 뒤 당해 시즌 중견수로 100경기 이상 소화한 사례는 지난 84년 몬트리올(워싱턴 전신)의 팀 레인스 밖에 없다. 추신수의 수비 변경 케이스가 사실상 전례가 없다는 이야기다. 성공 또는 실패 사례를 참고해야 하는데, 그런 자료가 없다는 것 자체가 신시내티에게는 모험이나 다름없다.
중견수와 우익수 수비의 가장 큰 차이점은 움직임의 폭이다. 중견수는 전후 좌우 수비폭이 우익수보다 훨씬 넓다. 빠른 발은 물론 빠른 타구 판단이 요구된다. 특히 우익수에 익숙한 추신수로서는 타자가 공을 때리는 순간 타구의 방향을 판단하는 방식이 달라진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좌우측으로 날아가는 타구는 드라이브가 걸려 휘지만, 중견수 방향의 타구는 변화가 거의 없다. 즉 맞는 순간 타구 판단을 해야 한다는 점이 불편한 요소다. 여기에 애매한 지역에 공이 떴을 경우 콜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점도 익숙치 않다.
▶만일 실패한다면 대안은
신시내티가 추신수의 중견수 실패에 대해 대안을 준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짐 보든은 '추신수를 원래 포지션인 우익수로 복귀시키고, 제이 브루스를 중견수로 기용하면 된다'고 적었다. 우익수 골드글러브 후보인 브루스를 중견수로 옮기면 수비 효율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추신수가 우익수로 돌아가서 안정감을 찾으면 타격에서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추신수는 지난 2010년 타율 3할에 22홈런, 22도루를 기록할 당시 우익수 수비도 메이저리그 정상급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보든은 추신수가 2010년의 활약을 되살릴 경우 신시내티가 공수에 큰 전력 상승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다른 대안은 트레이드를 통해 메이저리그 정상급 중견수를 영입하거나, 마이너리그 유망주 외야수인 빌리 해밀턴을 불러올리는 것이다. 전자는 추신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올시즌중 트레이드될 수 있다는 의미이고, 후자는 해밀턴이 메이저리그에서 100개 이상의 도루가 기대되는 타자이기 때문에 중견수 수비에 잘 적응하면 장기적으로 신시내티에게는 최적의 톱타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모든 옵션은 추신수가 시즌초부터 중견수로 얼마나 안정감을 보이느냐에 달려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