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복수를 소재로한 드라마들이 시청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언뜻 보면 '신파'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잘 포장해놓으면 그것보다 매력적인 소재가 드물다. 때문에 시청자들을 '한방'에 몰입시킬 소재로 작가들은 '복수'를 택하고 있다.
SBS 월화극 '야왕'은 멜로극에서 복수극으로 장르가 바뀌었다. 최근 하류(권상우)가 쌍둥이형 차재웅을 대신해 변호사로 변신하며 주다해(수애)에 대한 본격적인 복수를 시작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야왕'은 하류의 복수를 정당화하기 위해 주다해가 한눈을 판 사이 딸 하은별(박민하)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설정까지 넣어 긴장감을 최극단으로 고조시킨 상태다.
MBC 주말극 '백년의 유산'도 본격적으로 민채원(유진)의 복수가 시작됐다. 그동안 시어머니 방영자(박원숙)과 남편 김철규(최원영)의 만행을 참아왔던 민채원이 이들의 사이를 갈라놓으며 미소 짓기 시작한 것. 특히 그동안 방영자는 며느리 민채원을 정신병원에 감금해버릴만큼 도가 넘는 행동을 보여왔기 때문에 본격적인 복수가 시작되면 시청자들의 '카타르시스'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SBS 주말극 '돈의 화신'은 아직 시작도 안했다. 지세광(박상민) 은비령(오윤아) 권재규(이기영) 황장식(정은표)은 연합해 이차돈(강지환)의 아버지 이중만 회장을 살해하고 어머니 박기순(박순천)을 살인죄로 감옥에 보냈다. 하지만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은 까닭에 이차돈은 아직 복수를 꿈꾸지도 않는 상태다. 이미 검사가 된 이차돈이 이 같은 사실을 알게되고 복화술(김수미)와 복재인(황정음)의 도움을 받아 본격적인 복수를 시작한다면 극의 재미는 배가 될 예정이다.
'복수'는 손쉬운 소재이긴 하지만 동시에 위험한 소재이기도 하다. 과도한 설정을 남발하다가는 자칫 '막장'극으로 치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백년의 유산'은 방영자가 민채원을 괴롭히는 과정에서 억지스럽고 개연성 떨어지는 설정을 남발했다. 특히 민채원과 이세윤(이정진)을 불륜으로 몰아가는 과정에서 이해하기 힘든 진행으로 보는 이들의 혀를 차게 만들었다.
반면 지난 해 방송한 SBS '추적자'는 복수극 중 최고의 찬사를 받았다. 스토리의 힘으로 극적 재미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막장'과 '웰메이드'는 정말 종이 한장 차이다. 조그만 설정 하나가 드라마를 '막장'으로 몰기도, '웰메이드' 작품으로 만들기도 한다"며 "그래서 제대로된 복수극을 만들기 위해서는 PD의 연출력, 작가의 구성력, 배우들의 호연이 필수적으로 갖춰져 있어야 한다"고 귀띔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