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의 득점 원리는 단순하다. 타자가 누상에 나가 1루와 2루, 3루를 순서대로 거친 뒤 홈베이스를 밟으면 1점을 올리는 원리다. 이 기본 원칙은 흔들릴 수 없다. 아무리 초대형 장외 홈런을 쳤더라도 베이스를 하나만 그냥 지나쳐도 득점이 인정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 경기를 보면 이 단순해보이는 원리가 쉽게 충족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격팀 못지않게 수비를 맡은 팀도 득점 루트를 차단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치고막는 경쟁이 계속되다보면 3연속 안타를 치고도 1점도 못올리는 경우가 나오거나 또는 반대로 안타 하나 없이 점수를 내는 상황도 발생하곤 한다.
공격하는 팀의 입장에서는 안타를 얼마나 많이 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승패는 안타수가 아니라 득점에서 갈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은 안타로도 쉽게 점수를 뽑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적인 득점루트'의 개발이야말로 강팀을 만드는 비결이다.
그런 면에서 올해 KIA는 강팀의 조건을 또 하나 갖췄다고 볼 수 있다. 매우 경제적이고 손쉬운 득점루트를 하나 얻게된 덕분이다. '호타준족' 김주찬을 FA로 영입하면서 생긴 효과로 보인다. 김주찬이 팀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러한 '김주찬 영입효과'는 현재 일본 오키나와에서 치러지고 있는 제2차 스프링캠프에서 서서히 그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발이 빠르고, 선구안이 좋은 김주찬이 톱타자로 나서면서 경제적인 득점 루트를 팀에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타 1개 혹은 안타가 없이도 1점을 뽑을 수 있는 그림이 김주찬에 의해 그려지고 있다.
지난 18일 열린 야쿠르트전에서 그 단초가 보였다. 0-3으로 뒤지던 7회초 KIA가 첫 득점을 내는 장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날 1번 지명타자로 출전한 김주찬은 1회와 4회, 앞선 두 타석에서 각각 우익수 뜬공과 좌익수 뜬공에 그쳤다. 힘있게 방망이를 돌렸지만, 상대 투수의 구위에 밀린데다 정확도도 떨어졌다. 영리한 김주찬은 세 번째 타석에서는 스타일을 바꿨다. 공을 끝까지 지켜보며 기다린 것이다. 덕분에 볼넷을 얻어내 이날 처음으로 1루 베이스를 밟았다.
여기서부터 KIA의 경제적 득점이 시작됐다. 후속타자인 2번 김원섭이 타구를 가볍게 밀어쳐 좌전안타를 친 사이 발빠른 김주찬은 3루까지 진루해냈다. 순식간에 무사 1, 3루의 득점 기회가 만들어진 셈이다. 이 기회에 타석에 들어선 3번 이범호는 역시 가벼운 스윙으로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날려 김주찬을 홈에 불러들였다. '안타 1개로 1득점'의 공식이 현실로 이뤄진 장면이다.
그리 특별할 것 없는 장면일 수도 있다. 하지만 FA로 영입한 김주찬으로 인해 기동력이 한층 강화됐고, 이로 인해 득점이 한층 경제적으로 이뤄지게 됐다는 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만약 김주찬의 발이 느리거나 주루센스가 부족했다면 2루까지밖에 못 갔을 것이고, 그렇다면 1점을 내는 데 또 다른 안타가 필요했다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결국 KIA에 기동성과 득점력이 동반상승하는 효과가 김주찬으로 인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더불어 현재 WBC대표팀에 차출돼 있는 이용규가 합류하게 될 경우 이러한 기동성과 경제적 득점은 한층 더 활성화될 가능성이 크다. 두 선수가 1, 2번을 맡게될 경우 역대 최강의 테이블세터진이 완성된다. 그렇다면 후속 타자들도 한층 손쉽게 타점을 뽑을 수 있고, 자연스럽게 팀의 득점력도 높아질 수 있다. KIA가 김주찬을 영입하면서 얻게되는 효과인 것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