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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치면 도움 안되는 한개 배팅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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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대만 도류구장엔 낯선 훈련 이름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훈련 스케줄에 오후 훈련 일정으로 '한개 배팅'이 적혀 있었던 것. 대표팀 관계자들도 무슨 훈련인지를 잘 알지 못했다. "감독님이 만든 훈련인 것 같다"고 했다.

오후 훈련이 시작됐다. 한개 배팅이 예정된 시간에 마치 청백전을 하는 듯 했다. 팀을 청팀과 백팀으로 나눈 뒤 타자들은 김동수 코치, 진갑용 등이 던지는 배팅볼을 쳤다. 마치 게임처럼 수비도 제대로 하고 주자로 나가면 열심히 뛰었다.

류 감독은 "타자가 일반 타격처럼 한번만 치기 때문에 '한개 배팅'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했다. 삼성 감독이 된 지난 2011년부터 시작한 훈련법이라고.

언뜻 시물레이션 피칭처럼 보이지만 투수가 던지는 것이 아니라 배팅볼을 던지는 것이라 세물레이션 피칭과는 달랐고 목적도 완전히 다른 훈련이었다. 시물레이션 피칭은 투수와 타자의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훈련이다. 투수는 실제 타자와 상대를 하고, 타자도 실제 투수의 빠른 공을 친다. '한개 배팅'은 투수와 타자의 훈련이 아니라 수비와 주루 훈련이다. 배팅볼을 치기 때문에 타자는 좋은 타구를 날린다. 그에 따른 수비를 실전처럼 훈련할 수 있다. 베이스 커버나 중계플레이 등이 자연스럽게 이뤄진게 된다. 주루 역시 마찬가지다. 상황에 따라 한 베이스를 더 가는 훈련을 실전처럼 할 수 있다. 대표팀처럼 손발을 맞추는 시간이 짧은 상황에서 팀 조직력을 높일 수 있는 능률적인 훈련법이었다.

류 감독은 "실전 경기 상황에서 선수들의 실전감각을 올릴 수 있다. 베이스 코치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실전처럼 1루와 3루에 모두 베이스코치가 나가서 주자들의 주루플레이를 지시했다. 2루주자였던 강민호가 손시헌의 우익수 플라이때 3루로 태그업했는데 유 코치가 슬라이딩 사인을 하지 않아 서서 들어가다가 태그 아웃되기도 했다.

홈런을 치는게 오히려 안되는 훈련이다. 주자와 수비에서 아무런 상황이 발생되지 않기 때문. 이대호는 이승엽이 홈런을 치자 "왜 주루 훈련을 못하게 홈런을 쳐요"라고 축하대신 타박을 하기도.

보기 힘든 재미난 장면도 나왔다. 두 팀으로 나눠서 경기를 하니 야수가 총 14명이 필요한데 대표팀의 야수는 13명. 한명이 모자라자 포수인 강민호가 좌익수로 출전하기도 했다. 백업 수비도 하는 등 곧잘 하는 듯 하더니 큰 타구에 이내 만세를 부르고 말았다. 타이중(대만)=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