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대로 자신의 무기를 뽐냈다. 우린 앞으로 많은 시간을 함께할 것이다."
LA다저스의 스프링캠프가 한창인 15일(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카멜백랜치. 국내 언론은 물론, 현지 언론의 이목이 류현진의 손끝에 집중됐다. '몬스터' 류현진의 첫 불펜피칭이 있던 날이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돈 매팅리 감독과 릭 허니컷 투수코치가 보는 앞에서 처음 공을 던졌다. 불펜에서 40여개의 공을 던지면서 컨디션을 점검했다. 비시즌 들어 세번째 불펜피칭이자, 다저스 캠프가 시작된 뒤엔 첫 피칭이었다.
류현진은 다저스의 주전포수 A.J.엘리스와 호흡을 맞춰 이목을 끌었다. 잭 그레인키, 애런 하랑, 테드 릴리 등 다른 선발투수들과 함께 공을 뿌렸음에도 유독 류현진이 돋보인 이유였다.
엘리스는 불펜피칭을 시작하기 전 류현진과 통역을 대동한 채 한참 대화를 나눴다. 류현진은 대부분 직구를 던졌고, 10개가 조금 안 되게 커브와 체인지업을 테스트했다. 성공적으로 불펜피칭을 마친 뒤에도 엘리스와 웃으며 대화를 주고받았다.
훈련을 마친 뒤 엘리스와 만날 수 있었다. 엘리스는 "매우 흥미로웠다. 걸출한 투수"라며 류현진에 대해 엄지를 치켜들었다.
그는 "오프시즌에 류현진이 다저스와 사인한 뒤 비디오를 봤다. 한국에서 한화 유니폼을 입고 던질 때였다. 그때도 굉장했다"며 "비디오 이후로 처음 봤는데 뛰어난 직구 구위와 제구력을 갖고 있다. 변화구 역시 좋은 느낌이었다. 코치들이 모두 지켜봤는데 정말 흥미로운 하루였다"며 만족해했다.
엘리스는 류현진과 의사소통엔 문제가 없냐는 질문에 "게임 안에서 투수와 포수가 함께 이야기하는 건 큰 부분을 차지한다"며 "비록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통역을 통해 얘기하거나 '바디 랭귀지'를 쓰면서 소통한다. 큰 문제는 없다. 야구는 공통적인 언어다. 어디로 던지고 싶은지, 언제 던지고 싶은지에 대해서도 얘기했다"고 답했다.
엘리스는 불펜피칭 전 류현진에게 "난 널 알아야 하고, 돕기 위해서 여기 왔다. 내 일은 널 도와주는 일이다. 네가 있어 내가 있다"는 말을 건네며 첫 피칭에 나선 동료의 긴장을 풀어줬다.
공을 받은 구체적인 느낌도 들을 수 있었다. 엘리스는 처음인데 매우 차분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직구 제구력이 돋보였다. 구위도 뛰어났다. 사실 류현진은 오늘 많은 이들이 지켜보는데 처음 불펜피칭을 소화했다. 이런 경우 지나치게 흥분돼 오버할 수 있다"며 "하지만 류현진은 그렇지 않았다. 마운드에서 긴장하지 않았고, 그가 가진 걸 침착하게 보여줬다. 안쪽과 바깥쪽, 내가 생각한대로 자신의 무기를 써 공격했다"고 평했다.
엘리스는 류현진이 열심히 했고, 폼이 무너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뛸 준비가 돼있다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고 했다.
"스프링캠프는 야구장 안팎에서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라는 엘리스는 류현진과 함께 다저스를 위해 뛸 수 있어 기쁘다며 웃었다. 첫 불펜피칭부터 "널 위해 여기 왔다"며 류현진의 어깨를 가볍게 해 준 엘리스, 과연 몬스터의 '특급 도우미'가 될 수 있을까.
그는 "우린 게임 때 많은 시간을 함께 할 것이고, 경기를 준비할 때나 야구장 밖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글렌데일(미국)=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