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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DNA' 박용호 "잘해줄 때 잘해야 직장 안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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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은 팀의 얼굴이다. 2013년, 부산 아이파크의 얼굴은 박용호(32)다.

박용호는 '주장 DNA'를 가지고 태어났다. 처음 축구화 끈을 맸던 인천 부평초부터 부평동중, 부평고까지 주장을 놓치지 않았다. 프로에선 FC서울 소속이던 2010년과 2011년 주장 완장을 찼다. 박용호는 "지도자들께서 좋게 봐주신 것 같다"며 겸손함을 보였다. 사실 2011년에는 주장을 고사했었다. 그는 "프로 첫 주장을 할 때 너무 힘들었다. 좋은 성적과 기복이 심한 경기력을 없애기 위한 노력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하려면 정확하게 제대로 해야하는 성격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주장에 대한 자신만의 노하우가 없을리 만무했다. 그는 "팀의 전체적인 부분을 터치하려 한다. 이야기를 통해 사소한 부분에 신경쓴다"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먼저 실천하고 모범을 보여야 명분이 선다는 의지도 뚜렷했다. 박용호는 "숙소 청소라든지 내가 먼저 하는 편이다. 또 시간도 지키고 운동장에선 분위기를 이끌려고 노력한다. 경기력적인 면에서도 뒤쳐지면 안되기 때문에 웨이트 훈련도 더 하려고 한다. 그래야 후배들에게 얘기를 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역대 서울의 주장을 역임했던 선배들에게 어깨 넘어로 배운 것들도 많았다. 김은중(강원)과 현영민(서울)에겐 후배들과의 소통을 본받았다. 그는 "형들은 개인적인 시간에 동료들과 소통했다. 팀을 활발하게 이끌려고 분위기메이커도 자청했다"고 회상했다. 주장은 한없이 부드러움만 풍길 수 없다. 때로는 강한 카리스마도 필요한다. 이 부분은 이을용(강원 코치)에게 배웠다. 박용호는 "강하고 엄하게 선수들을 이끄는 모습도 때로는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책임감은 박용호의 또 다른 이름이다. 선수단 만장일치로 부산의 주장이 됐다. 그는 "투표는 안했는데 코칭스태프들이 선수들에게 물어보는 과정에서 만장일치가 된 것 같다. 뿌듯하기도 하지만, 책임감이 더 생긴다"고 답했다. 부양해야 할 가족도 책임감의 대상이다. 그는 "예전에는 혼자 좋아서 축구를 시작했다. 이제는 가장이고 축구가 생업이 됐다. 강한 책임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부산에는 젊은 선수들이 많다. 1988~1990년생 이상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박용호가 걱정되는 부분이다. 특히 팀 분위기가 자율적으로 바뀐 부분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그는 "지난해에는 젊은 선수들의 제어를 감독님이 하셨다. 1~10까지 챙기시다보니 긴장감을 가지고 했다. 무거운 분위기였지만 적정선이 있었다. 그런데 윤성효 감독님은 선수들에게 자율적으로 맡기시면서 편안하게 하신다. 극과극의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젊은 선수들에게 '잘해줄 때 잘해라',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감독님이 우리를 믿어주시는데 훈련할 때 똑바로 해야 한다'고 주문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절실함을 얘기했다. "아직 어린 친구들이다. 감이 없는 것 같다. 올시즌 세 팀이 강등될 수 있다. 성적을 공유하고 다같이 헤쳐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같이 직장을 잃는다. 절실함을 가져야 한다. 고참선수들은 안다. 그러나 실정을 모르는 선수들이 있는 것 같다. 책임감에 대한 미숙한 부분을 강조해 끌고 나가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박용호가 좋은 주장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비결은 따로 있었다. 바로 아내 유수진씨의 내조가 있었다. 박용호는 "아내에게 많이 배운다. 생각이 어른스럽다. 말주변이나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 미숙했는데 아내가 지적을 해주더라. 여러가지로 선생님 역할을 해준다. 축구 외적인 부분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박용호는 K-리그의 '원조 꽃미남 선수'다. 그러나 부산 아이돌파크에선 명함도 못내밀 정도라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상협이는 잘생겼다. 지호도 여성 팬들에게 인기가 많다. 종우는 남성적인 매력을 어필하는 것 같다. 무엇보다 우리 팀에는 몸짱들이 많다"고 칭찬했다.

촌부리(태국)=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