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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칫덩이' 파틸로에 대한 진실과 그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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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C 후안 파틸로. 엄청난 점프력을 이용한 덩크슛과 화려한 쇼맨십으로 한국무대 데뷔 첫 해 최고의 스타플레이어가 됐다. "파틸로의 덩크를 보기 위해 안양체육관을 찾는다"는 팬들이 줄을 설 정도다. 득점력도 좋다. 폭발적인 득점 본능으로 승리에 기여한 경기가 많았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한 일이 벌어졌다. KGC 이상범 감독은 "팀플레이를 해친다. 퇴출도 고려하고 있다"는 강경 발언을 연달아 쏟아냈다. 단순히 경기에서 독단적인 플레이를 하는 이유가 아니라고 했다. 파틸로를 둘러싼 진실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취재해봤다.

▶최고라는 자만심, 이 감독과 동료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사실 파틸로는 시즌 전 큰 기대를 받은 외국인 선수가 아니다.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1라운드가 아닌 2라운드에 선발됐고, 다른 선수들에 비해 지명도도 떨어졌다. 점프력이 좋다는 정도로만 알려진 선수였다. 하지만 개막 후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미국프로농구(NBA) 선수들 뺨치는 화려한 덩크슛은 물론, 해결사 기질을 발휘하며 팀 승리를 이끌어 단숨에 최고 용병 반열에 올랐다.

문제는 이 때부터 파틸로가 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동료들을 이용하지 않고 혼자 무리한 공격을 시도하다 실책을 범하는 횟수가 늘었다. 속공을 나갈 때가 좋은 예다. 본인이 리바운드를 잡으면 포인트가드 김태술에게 공을 연결하고 자신은 이어지는 공격을 위해 뛰면 된다. 하지만 파틸로는 가드는 필요없다는 듯 자신이 공을 몰고가 마무리 지으려 했다. 물론 엄청난 스피드와 점프력 덕에 공격이 성공되는 확률도 높았다. 하지만 선수 5명이 조직적으로 플레이하는 농구를 추구하는 이 감독의 눈에는 파틸로의 개인플레이가 거슬렸다. 지적을 해도 전혀 고치려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동료들도 자신들을 허수아비처럼 만들어버리는 파틸로의 플레이 때문에 힘이 빠졌다.

경기에서 개인플레이를 했다고 해서 퇴출을 언급했다면 무리라고 지적할 수도 있다. 그동안 국내 프로농구에서 개인플레를 고집한 외국인 선수들은 많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다른데 있었다. 평소 훈련에 성의를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열심히 훈련하는 국내 선수들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었다. 파틸로는 올스타전 하루 뒤 팀 훈련에 참가하지 않았다. 올스타전에서 덩크슛을 너무 많이해 손목이 아프다는게 이유였다. 물론, 팬들을 위해 덩크슛을 열심히 하다 부상을 입었다는 사실이 정상참작 될 수도 있지만 중요한 정규리그 경기를 준비해야 하는 이 감독을 허탈하게 만든건 사실이었다.

참을만큼 참던 이 감독이 폭발한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다. 국내 선수들 사이에서 파틸로의 개인플레이에 대한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고, 이것이 이 감독의 귀에도 들어갔다. 여기에 올스타전을 앞두고 열렸던 정규리그 경기 도중, 이 감독이 작전타임을 불러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했다. 파틸로에게 1대1 공격을 주문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파틸로는 자신이 주체가 되는 패턴 플레이 설명이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감독의 작전지시를 듣지 않고 먼 산을 바라보고 있었다고 한다. 본인의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종종 나오던 행동이었다. 결국 이 감독의 인내심은 극에 달하고 말았다. 실제로 파틸로를 교체하기 위해 대체 선수를 찾아나섰다. 단순히 파틸로를 길들이기 위한 '언론플레이'가 아니었다.

코칭스태프와 구단관계자, 동료선수들은 하나같이 "본인이 팀의 에이스고, 스타가 됐다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부터 자만심에 빠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변화 조짐 보인 파틸로, 그의 운명은?

1일 삼성전은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열렸던 첫 경기였다. 이날 승리의 주역은 파틸로였다. 약 20여분 만을 소화했지만 23득점 10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단순한 성적이 중요한게 아니었다. 플레이 스타일이 이전과는 달랐다. 자신이 슛을 쏠 수 있는 찬스에서 외곽의 동료들에게 패스를 내주는가 하면, 몸을 던져 허슬플레이를 선보였다. 수비에서도 자신보다 큰 대리언 타운스를 악착같이 막아냈다.

파틸로는 경기 후 "나에 대한 기사는 전혀 챙겨보지 않는다"며 퇴출설 등에 대해 모른다는 듯 얘기했지만, 사실 파틸로도 점점 좁아지는 자신의 입지에 대해 잘 알고있다는게 구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평소 나를 봐도 인사도 하지 않던 파틸로가 최근에는 꾸벅 인사를 한다"며 웃고 말았다. 결국, 눈치를 보고 자신의 플레이와 행동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는 뜻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당장 키브웨의 활약으로 확 줄어든 출전시간을 늘려야 한다. 외국인 선수들의 가치는 결국 스탯으로 매겨진다. 출전시간이 많고, 성적도 좋아야 자신의 몸값이 올라간다. 또, 좋지 않은 이미지로 퇴출된다면 향후 국내무대에 다시 도전을 할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당장, 팀을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키면 받을 수 있는 보너스도 꽤나 큰 금액이다. 중도 퇴출되면 자신만 손해다.

결국 바뀐 보인 모습이 얼마나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팀을 생각하는 플레이와 생활이 이어진다면 이 감독도 굳이 파틸로를 내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한 관계자는 "워낙 혼자 하는 농구에 익숙한 선수다. 또, 지금 자신이 하는 플레이가 독단적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에이스인 자신이 당연히 많은 공격을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틸로 본인은 이에 대해 "나는 한국에 새로 온 외국인 선수다. 기존 국내 선수들과 손발을 맞출 시간이 필요했다. 다른 선수들보다 내가 조금 더 시간을 끌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외국인 선수 교체는 정규리그가 종료되는 6라운드 안에 이뤄저야 한다. 과연 파틸로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경기 후 이 감독은 조심스럽게 "달라지려는 모습이 보였다"고 평가했다. 물론 "아직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경기를 함께 뛴 선수들과 구단관계자들은 "오늘 같이만 경기를 하면 감독님도 파틸로를 다르게 보실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다시 말해, 파틸로가 지금의 달라진 모습을 유지한다면 이번 시즌 끝까지 KGC 유니폼을 입고 플레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