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수애 vs 김성령 '착시현상' 부르는 악녀?

by

착한남자 하류(권상우)가 아내 주다해(수애)에게 버림받았다. 28일 방송된 월화드라마 야왕 5회에서, 하류는 미국 유학에서 귀국한 주다해가 백도훈(정윤호)과 함께 있는 장면을 목격했고, 들킨 다해는 뻔뻔스런 얼굴로 하류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심지어 주다해는 하류가 호스트바에서 일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돌직구를 날리며, 자신의 욕망을 위해 남편을 철저하게 이용했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런 날벼락이 없다. 하류는 아내의 돌변에 절망했다. 절망의 크기가 워낙 커서인지 분노조차 제대로 끼어들 틈이 없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알지 못한 채, 그대로 정신줄을 놔버렸다. 놓아버린 정신줄을 잡아준 건, 딸 은별(박민하)이었다. 하류는 자신이 받은 상처와 충격이 은별이에게 번질 것을 두려워했다. 그래서 악처인 주다해를 끝까지 놓을 수 없었다. 자신에게 독하고 나쁜 아내일지언정, 딸에게는 순하고 착한 엄마로 남아주길, 기억되길 바랬다.

때문에 하류는 성공에 눈이 먼 아내를 소원대로 놓아주겠다며, 대신 병원에 입원한 아픈 딸을 한번만 봐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다해는 냉정하게 거절했다. 하류의 진심을 읽지 못하고, 남편이 찌질하게 매달린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악녀 레벨을 한 단계 올려 하류의 호스트바 생활을 건드렸던 것이다. '나 이렇게 나쁜 여자니까 좀 놔줘라, 제발! 쌍욕을 퍼붓고 버리란 말이야.' 돌아오라는 하류에게 주다해는 겉으론 냉정하고 침착했지만 속으론 애원하고 있었다.

결국 착한남자 하류가 폭발했다. 아내 주다해를 데리고, 그녀의 의붓아버지를 죽이고 매장했던 야산으로 끌고 갔다. 콩밥먹고 정신차리자며 하류는 절규했다. 변심한 아내를 되돌리기 위한 마지막 극약처방이었다. 그러나 다해는 눈물을 쏟아내며 감정적으로 호소했다. 한번만 봐달라고, 제발 놔달라고. 하류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아내를 붙잡기엔 이미 늦어버렸음을.

자신의 모든 걸 희생하며 아내를 사랑했던 가시고기같은 남자. 하지만 몸까지 팔아가며 했던 그 희생이 무서운 악녀를 키우는 자양분이었음을 몰랐다. 후회 그리고 절망감에 빠진 하류의 심정을 홍안심(이일화)도, 양택배(권현상)도 온전히 이해하진 못한다. 왜 하류가 주다해에게 헌신했는지를. 하류는 주다해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고 어떤 상처를 받았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다해의 깊은 상처를 하류는 사랑으로 치유해주고자 어떤 희생도 감수할 수 있었다.

다수의 시청자는 주다해를 보면 화가 난다. 어떻게 하류같은 착한 남편을 버릴 수 있는가. 퍼주기 사랑 하류가 답답한 건 둘째 치고, 어느새 주다해는 공공의 적이 되었다. 시청자는 한마음으로 '무찌르자, 주다해!', 2002년 히딩크의 감동 재현 '하류, 당신의 복수를 보여주세요.'를 기대한다.

이렇듯 국민 악녀로 등극한 주다해를 바라보는 시청자의 냉혹한 시선속에서도, 한 가지 재미난 '착시현상'을 느낄 수 있다. 주다해가 백도경(김성령)과 맞붙는 장면에서 그렇다. 주다해는 분명 나쁘다. 그런데 그런 주다해를 미워하며 백도훈을 지키려는 백도경을 보면, '주다해, 지지말아요.'가 된다. 주다해가 백도경에겐 절대 지지 않았으면 하는 요상한(?) 바램이다.

야왕 5회에서도, 주다해가 백학그룹을 노리고 백도훈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다는 사실을 간파한 백도경이, 주다해에게 넌 쓰레기라며 수작부리지 말라고 물세례를 퍼붓는 데도, 별로 통쾌하지 않다. 오히려 무릎을 꿇으며 용서를 빌었던 쇼따윈 다신 안할 뉘앙스로 도경에게 당당하게 맞서 그녀를 당혹스럽게 만들면서도, 최종 목표는 당신이 아니라는 듯, 거만함까지 맛보기로 보여준 강심장 주다해가 빛난다.

뿐만 아니라, 도경이 다해에게 굴욕을 주기 위해, 축사에서 말똥을 치우도록 명령하지만, 주다해는 이대 나온 여자를 연상시키는 멘트 '나 똥통에서 산 여자야.'라며 도경을 손바닥에 놓고 가지고 놀듯이 말똥처리반으로서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을 땐, 마치 어떠한 모욕과 훼방에도 굴하지 않는 주다해표 '명랑유부녀 성공기'를 보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분명 백도경이란 캐릭터는 악녀라고 볼 순 없고, 매력까지 겸비했다. 이를 배우 김성령은 100% 소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주다해가 백도경에 의해 무시당하거나 핍박을 받을 땐, 그다지 통쾌하지가 않다. 주다해가 백도경에 의해 궁지로 내몰리는 것도 원하는 그림이 아니다. 이상하게도 백도경과 주다해가 붙으면, 절대 악녀 주다해를 응원하고픈 심리, 일종의 착시현상을 느낀다.

그래서일까. 주다해가 백지미(차화연)와 단둘이 술을 마시는 장면에서도, 주다해를 걱정하게 된다. 백지미는 허술해 보이지만, 상대방의 심리와 본성을 누구보다 잘 꿰뚫는 귀신같은 여자다. 주다해가 백지미에게 결정적인 허점을 노출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백지미를 너무 쉽게 보는군. 지미 아줌마를 조심하란 말이야, 주다해!'라는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주다해는 분명 쌍욕을 부르는 역대급 악녀가 맞는데, 왜 이러한 착시현상을 느낄까. 주다해도 알고 보면 불쌍한 여자니까? 그것보단 주다해가 여주인공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주다해를 궁지로 몰아세워야 할 상대는 백도경이나 백도훈, 백지미 등이 아닌, 남자주인공 하류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기 때문일 것이다. 하류의 손에 의해 주다해의 운명이 결정되는 순간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은 하류의 복수타임이 아니다. 아직도 하류는 다해에게 퍼주고 당할 일들이 남아있다. 그러나 하류는 곧 각성할 것이다. 주다해란 여자, 도저히 가만 둘 수 없다는 걸. 현재 드라마 '야왕'의 시청자는 주다해에게 분노하고 하류에게 실망하고 있다. 하지만 시청자는 각시탈의 교훈을 잊지 않고 있다. 적악여앙(積惡餘殃). 죄의 대가는 더디지만 반드시 찾아오는 법.

하류에겐 각시탈보다 변신이 용이한 변호사 쌍둥이형이 있다. 쇠퉁소보다 무서운 진실이 있다. 지금은 하류가 아닌 주다해 타임이다. 주다해가 얼마만큼 악해질 수 있는지 지켜볼 시간이다. 절대 악녀 주다해를 향한 일종의 착시현상은, 아마도 본격적인 하류의 복수와 맞물리며 사라질 전망이다. <한우리 객원기자, 대중문화를 말하고 싶을 때(http://manimo.tistory.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