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반증은 전신의 피하나 점막에 출혈이 일어나서 자주색의 작은 반점이 생기는 질환이다. 한의학에서는 '살갗에 나타나는 멍'이라 하여 포도역(葡萄疫)이라 부른다. 언뜻 보기엔 피멍 같지만, 물리적인 충격으로 생긴 피멍과는 차원이 다른 무서운 질환이다. 그 빛깔은 피가 나는 부위에 따라 다르다.
피부가 얇은 곳에서는 붉은 빛을 많이 띤 자주색, 두꺼운 곳에서는 푸른색으로 보인다. 주로 새로 생긴 것은 붉은색을 띠고, 시간의 경과와 함께 다갈색에서 황색으로 변했다가 없어지게 된다.
자반증의 원인은 혈소판 감소, 혈액응고인자에 이상이 있는 경우, 혈관에 병변이 있는 경우 등이 있다. 이 중에서 앞의 두 가지는 내과의 병이 주가 되며 피부만이 아니라 입속이나 잇몸 따위에서도 피가 날 수 있다.
혈관이 무력해져서 생기는 자반증은 비타민C의 결핍(괴혈병)이나 부신피질호르몬제를 과도하게 사용한 사람에게도 생긴다. 혈액응고인자 이상으로 생기는 자반증은 혈전을 막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헤파린, 항응고제 등을 너무 많이 사용했을 때에도 나타나게 된다.
주로 허리 아랫부분에 발생하며 일반 알레르기 질환인 아토피, 천식, 두드러기, 알레르기 비염이나 결막염과 같은 인체의 면역세포가 스스로를 공격해 생기는 자가 면역성 질환으로 보기도 한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병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최근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보통 5~6세 아이에게 많이 발병하지만 20~30대, 40~50대에서도 나타난다.
편강한의원 서초점 서효석 원장은 "가벼운 자반증은 2주 정도 지나면 자연스레 없어진다. 하지만 재발 가능성이 높고 전신 증상과 함께 복통, 관절통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환자의 5% 정도는 콩팥 이상으로 사구체신염과 같은 합병증을 일으킨다. 그리고 증상이 심한 경우는 위장관 출혈이나 장천공을 일으켜 극심한 복통을 유발하는 등 응급상황을 초래하기도 한다"라고 설명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반증 치료로 스테로이드에 의존하는 탓에 일시적인 증상을 억눌러 단기적인 치료효과는 있는 듯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재발이 잦고 독성이 강하다.
이로 인해 당뇨, 체중증가, 위궤양, 출혈, 골다공증 등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겉으로 보이는 표면적인 증상을 치료하는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왜 이러한 면역 항진 상태가 발생했는지 원인을 찾아야 한다. 이를 통해 병을 앓고 있는 몸을 전체적으로 살펴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해야 한다.
자반증을 근본적으로 폐 기능이 약화돼 우리 몸 최고의 방어선인 편도선이 무너지면서 외부 항원에 민감하게 반응해 나타나는 질환으로 본다. 폐 기능의 활성화는 피의 기운을 서늘하게 해 체내의 열독을 몰아내고 말초순환을 촉진시켜 어혈을 제거하고 기를 보강해 혈행 장애를 개선한다.
또한 폐에 쌓인 열이 내리면 인체의 면역력이 향상돼 면역력 저하로 오는 과민증을 완화시키고, 자반증의 주요한 원인이 되는 감기나 편도선염 등의 질환도 예방해준다.
서 원장은 "폐 기능을 강화하는 청폐요법으로 폐열을 꺼주는 동시에 폐 기능이 좋아지면 기의 흐름이 원활해져 피의 흐름이 다른 곳으로 가지 않도록 통제하여 출혈을 막아준다. 그리고 영양분이 기를 따라 돌게 되면 허한 곳을 채워주어 알레르기 체질이 정상체질로 거듭나면서 몸이 한결 가뿐해지고 피부도 건강해지게 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자반증 환자는 지혈을 돕는 비타민K가 많이 든 브로콜리, 난황, 케일, 간, 시금치, 모든 녹색 채소잎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다. 녹색 채소즙은 혈관을 건강하게 한다.
굴처럼 아연 등의 미네랄이 풍부한 음식을 먹어 면역력을 키운다. 유아들은 내부 출혈이 있으면 근육통을 호소하거나 팔과 다리를 쓰지 못하고 걷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육류나 인스턴트식품을 즐기는 식이 습관과 감기에 걸릴 때마다 항생제, 해열제 등을 먹는 습관을 버린다.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