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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출국 연기'손연재,말레이시아행 진실?부상정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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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체조 요정' 손연재(19·연세대 입학예정)의 러시아 출국이 전격 연기됐다.

손연재 소속사 IB스포츠는 12일 오후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13일 11시 출국이 1~2주 연기됐다. 손연재 선수의 개인적인 사유로 출국이 연기됐다. 착오 없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손연재측이 밝힌 개인적인 사유는 건강상의 이유다. 김대원 대한체조협회 전무는 "손연재 부모님이 오늘 오후 치료를 위해 1~2주 정도 국내에서 머무르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전해왔다. 병원에서 진단서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IB스포츠측은 "손연재의 왼쪽 발가락 미세골절 염증이 완치가 안돼 치료를 더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출국 연기 사실이 공개된 직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발 '손연재 말레이시아 목격담'이 급부상했다. 쿠알라룸푸르에 거주하는 해외팬이 한 쇼핑몰에서 손연재를 봤다는 멘션을 게재했다. 일거수 일투족이 전세계에 실시간으로 퍼져나가는 스마트 시대의 위력과 스타덤을 동시에 실감했다. '훈련 안하고 놀러다닌다' '부상인데 여전히 말레이시아에 있다'는 식의 음모론이 슬슬 고개를 들었다. 부상 정도와 관련해서도 '골절' '괴사' 등 각종 설들이 꼬리를 물었다.

관련업계 취재 결과, 손연재의 말레이시아행은 사실이다. 손연재는 훈련공개 이튿날인 9일 말레이시아로 출국해 12일 새벽 귀국했다. 가족여행과, 계약에 따른 촬영을 겸했다. 지난 8일 대한체조협회는 언론사들의 요청에 따라 손연재의 태릉선수촌 훈련 모습을 공개했다. 리듬체조대표팀은 지난해 12월 28일 태릉선수촌 공식 훈련일정을 마쳤다. 김지희 대표팀 코치가 사임하면서, 20일 샤탈리나 신임 러시아 코치가 부임할 때까지 대표팀 공식훈련은 없다. 새해 첫날부터 김윤희 손연재 이다애 등 김지희 코치가 지도하는 '개인팀'이 태릉에서 훈련을 진행했고, 개인훈련중인 8일 훈련장면을 공개했다. 9일 손연재는 가족여행과 촬영 일정을 겸해 말레이시아로 떠났다. 자유로운 여행을 갈망하던 손연재의 일상이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개됐지만, 대표팀 소집기간이 아니기 때문에 규정상 문제가 없다.

손연재는 말레이시아에서 돌아온 직후 출국 하루 전 일정을 급하게 변경했다. 매일 구르고 던지고 받고 뛰어오르기를 반복하는 선수들은 늘 아프다. 손연재 역시 런던올림픽을 준비하고, 이후 살인 스케줄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발, 발목, 허리에 피로가 누적됐다. 특히 왼쪽 발가락 통증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돌아온 직후 병원에서 진단서를 발급받았다. 고심끝에 출국을 미뤘다. 손연재의 부상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라 만성질환으로 보인다. 걷거나 생활하는 데 큰 불편은 없지만, 점프나 고난도 연기시 통증을 느낀다. 골절은 아니지만, 때로 감각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고통스럽다. 함께 훈련하는 동료들도 알고 있을 정도다. 재활 및 치료를 통해 70~80% 회복된 상태지만 아직 100%는 아니다. 당장 러시아에 도착하자마자 하루 8~9시간의 혹독한 훈련을 소화해야 한다. 전담 물리치료사가 동행하지 않기 때문에 부상이 악화될 우려가 높다고 봤다. 2월 말 모스크바 그랑프리 대회를 필두로 각종 월드컵시리즈 대회를 거쳐 7월 유니버시아드 대회, 8월 세계선수권 등을 앞둔 상황에서 컨디션을 다져가기로 결론 내렸다. 입원치료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이 전지훈련 비용을 부담하는 만큼 1~2주라도 효율적인 훈련을 하지 못할 경우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점도 고려됐다.

프로 선수, 국가대표 선수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몸 관리다. 몸이 재산이다. 폭넓은 인생을 경험해야 할 꽃다운 19세 엘리트 선수에게 개인적인 여행이나 촬영을 탓해선 안된다. 선수도 자신의 삶을 즐길 자유와 선택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출국 하루 전날 훈련 스케줄을 변경한 것은 스스로의 몸 관리에 있어 프로답지 못했다. 갑작스런 부상이 아니라 만성적인 질환이었다면,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굳이 러시아행을 강행할 이유도 없었다. 치료가 먼저다. 훈련일정을 급하게 혹은 떠밀려 잡아선 안된다는 뜻이다. 과욕은 오히려 선수생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 '세계 5위' 손연재는 아직 성장과정에 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까지 가야할 길이 멀다. 올시즌 전종목 프로그램을 새로 받았고, 난도를 높인 4종목을 완벽하게 몸에 익혀 제 기량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절대 훈련시간도 필요하다. 첫 무대로 삼은 모스크바 그랑프리 대회는 불과 한달밖에 남지 않았다. 유니버시아드,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등 큰 대회에 맞춰 최상의 기량과 컨디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로드맵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