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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KDB생명 깜짝 트레이드, 도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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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프로농구팬들은 8일 밤 깜짝 놀란 소식을 접해야 했다.

신한은행과 KDB생명이 주전 3명씩을 맞바꾸는 대형 트레이드를 갑자기 단행했기 때문이다.

6개팀밖에 없어 선수 규모가 빈약한데다, 그것도 전력의 절반 이상을 교체하는 주전 3명의 교체였기에 더욱 그랬다. 올해로 15주년을 맞는 여자 프로농구 사상 최대 규모임은 물론이다. 앞으로 양 팀 모두 10경기밖에 남지 않는 시즌 후반인 것을 감안할 때 팀의 체질까지 바꿔야 하는 위험 요소까지 감수하고 왜 이런 파격적인 선택을 해야 했을까? 그것은 양 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데다 그만큼 분위기 쇄신이 절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표면적으로 보기에는 통합 6연패를 함께 일궈냈던 검증된 선수인 강영숙 이연화를 KDB생명에 보내고 이름값이 떨어지는 곽주영과 조은주를 받은 신한은행이 속칭 '밑지는 장사'를 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신한은행으로선 이번 트레이드의 핵심은 공격력을 조금 포기하더라도 수비를 강화, 통합 7연패를 일궈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곽주영은 골밑에서 눈에 띄지 않은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성실한 플레이가 특징이고 조은주는 포스트업과 3점포까지 내외곽에 두루 능한 선수다. 조직력이 뛰어나고 패턴 플레이에 능숙한 KDB생명에 있었던 선수들이기에, 최윤아 김단비 하은주 김연주 등 기존 선수들과 금세 호흡을 맞출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의 능력도 고려됐다. 신한은행에 있었던 캐서린 트라예펠트는 공격력이 뛰어난 정통 슈터이다보니 상대팀 외국인 센터의 골밑 공격에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었다. 특히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리은행과의 경기에서 노련한 티나 탐슨과 매치업을 했을 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시즌 챔프를 다툴 가능성이 높은 우리은행전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공격력은 떨어지지만 골밑 몸싸움과 리바운드 능력에서 뛰어난 애슐리 로빈슨의 영입을 위해 조금의 손해를 감수할 수 밖에 없었다.

공교롭게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은 지난 2011년 연봉 1000만원 차이로 곽주영을 KDB생명에 뺏기며 큰 아쉬움을 나타냈고, 캐서린이 계속 부진할 경우 당시 소속이 없었던 로빈슨을 대체 선수 1순위로 생각하고 있었기에 결국 함께 뛰게 된 것은 상당한 인연이 아닐 수 없다.

한편 KDB생명으로 옮긴 강영숙과 이연화는 우승 경험이 쌓이면서 궂은 일보다는 화려한 농구를 더 많이 추구한다. KDB생명이 한국 여자농구 최고의 센터 신정자를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움직이지만, 튀는 플레이가 잘 나오지 않고 위기 상황에서 신정자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은 것이 문제다. 따라서 두 선수가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신정자와 강영숙이 '트윈 타워'를 형성해 상대팀 외국인 선수를 막아내고 캐서린과 이연화가 기존의 한채진 김보미 등과 함께 부지런히 중장거리에서 슛을 터뜨려준다면 수비력에 비해 부족했던 공격력은 한층 배가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최하위에 그치고 있는 KDB생명은 프로와 아마가 함께 참여하는 챌린지컵으로 인한 휴식 시간 이후 오는 24일 재개되는 정규시즌의 남은 경기에서 승부수를 던지기 위해서라도 대대적인 분위기 반전이 필요했다. 플레이오프 진출 마지노선인 4위 KB국민은행과의 승차가 3경기에 불과하기 때문에, 충분히 승부를 걸어볼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 7일 삼성생명전이 끝난 후 KDB생명 이옥자 감독은 "컵대회 휴식 기간 중 확률 높은 공격 패턴을 준비, 공격력을 올리는데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는데, 이런 걱정은 상당 부분 덜 것으로 보인다. 또 올 시즌 최상위권 성적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김소담, 최원선 등 잠재력이 뛰어난 신인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팀 리빌딩의 효과도 얻을 수 있게 됐다.

어쨌든 각자의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했기에 신한은행은 우리은행과의 선두 다툼에 다시 불을 붙이게 됐고, KDB생명도 4위권 재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엄청난 승부수로 인해 여자 농구의 시즌 막판 판도는 더욱 흥미롭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