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리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논할 때마다 붙는 수식어다.
말 그대로 '인종 전시장'이다. 유럽과 남미 뿐만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 북중미-카리브해, 오세아니아, 심지어 중동과 동남아시아 일부 선수들까지 이름을 올리고 있다. 100년을 훌쩍 넘긴 장구한 역사와 10부가 넘는 리그 체계 뿐만 아니라 천문학적인 돈이 오가는 모습을 보면 세계 최고라는 타이틀을 얻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러나 이번 국제축구연맹(FIFA) 발롱도르 및 베스트11 선정에서 EPL 선수는 단 한 명도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맨유와 맨시티 첼시 아스널 등 세계 최고 수준의 클럽들이 한 해 많게는 수천억의 돈을 쓰면서 선수를 영입해왔다. 하지만 세계 축구인들의 선택은 EPL이 아니었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상징과 같은 EPL 입장에선 체면을 구길 만한 초라한 성적이다. FIFA 베스트11 중 10명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양대산맥인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 출신이다. 나머지 한 자리조차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뛰고 있는 라다멜 팔카오가 차지했다. 세계 축구계의 흐름은 더 이상 EPL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잉글랜드 내부에서는 이번 심사를 두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지나치게 스페인 편향적인 결과에 불만이 가득 담겨 있는 모습이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8일 FIFA 베스트11 결과를 전하면서 '첼시는 지난 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로빈 판페르시는 2012년 아스널과 맨유에서 36골을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EPL 출신 선수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EPL은 과연 세계 최고의 리그인가'라고 꼬집었다. 또 '지난 시즌 바르셀로나와의 유럽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과 바이에른 뮌헨(독일)과의 결승전에서 귀중한 득점을 얻은 디디에 드로그바(코트디부아르)가 포함되지 않을 것도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FIFA 발롱도르를 프리메라리가 선수들이 독식한 것은) 스페인이 유로2012를 제패한 만큼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평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