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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 허 재 감독, 신인 박경상에게 기대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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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미국프로농구 NBA 필라델피아의 대스타 가드 앨런 아이버슨은 이렇게 말했다. "농구는 신장(키)이 아닌 심장으로 하는 것이다." 아이버슨은 신장이 고작 1m83밖에 안됐지만, 2m가 넘는 선수들이 즐비한 NBA 무대에서 득점왕 2회, 정규리그 MVP 1회를 차지한 불세출의 스타플레이어였다. 그의 말에는 농구에서 정말로 필요한 것은 투지와 승부근성이라는 뜻이 담겨있다.

비록 지금은 최하위로 추락해있긴 해도 KCC는 한국 프로농구의 대표적인 명문팀이다. 그리고 이 팀을 이끄는 허 재 감독 역시 현역시절 '농구대통령'으로 불렸던 최고 스타였다. 그런 허 감독 역시 아이버슨과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공격할 때나 수비할 때나 똑같이 '상대를 박살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싸울 줄 알아야 한다. 그런 선수가 진짜 성공한다". 자신이 과거 현역시절 그래왔듯이 공수에 걸쳐 투지 넘치는 선수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런 허 감독이 한 신인 선수의 모습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아직 대학을 졸업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시즌에 KCC에 지명돼 이미 경기에 투입되고 있는 단신(1m81) 가드 박경상이다. 연세대 졸업반인 박경상은 지난 신인 드래프트에서 허 감독의 낙점을 받아 KCC로 온 인물. 공교롭게도 박경상 역시 고교 시절 단신임에도 엄청난 득점력을 발휘하며 '한국의 아이버슨'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마치 아이버슨이나 허 감독이 현역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박경상은 플레이 하나하나에 투지를 담아내고 있다. 확실히 아직은 어설프고, 미숙한 부분이 많다. 그러나 허 감독은 그 모습에 배어있는 투지와 승부근성을 보며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허 감독은 "지난번(23일) 동부 전때 경상이 녀석이 3점슛을 날리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박경상에게 기대를 걸게 된 사연을 소개했다.

허 감독 스스로 이미 그 가능성을 알고 지명했지만, 프로 무대에 적응하기 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던 박경상이다. 그러나 KCC가 선수들의 줄부상 등으로 가동 인원이 줄어드는 바람에 여러 선수를 기용할 수 밖에 없었고, 그 와중에 박경상도 경기 투입시간이 늘어나게 됐다. 벌써 21경기에 나와 평균 21분을 뛰면서 7.2득점 2.9리바운드 1.9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확연히 뛰어난 성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수치는 조금씩 나아지는 추세다.

허 감독은 "사실 동부전때 6점차로 지긴 했지만, 경상이가 3점슛을 날리는 장면을 보며 위안을 삼기도 했다"면서 "그 3점슛이 들어갔으면 역전하는 거였다. 어린 선수가 본능적으로 승부를 걸 줄 아는 것이다. 슛을 던지라고 해도 못던지는 선수도 많은데, 승부사 기질이 엿보인다. 결국 슛은 안들어갔지만, 그 의도를 알기 때문에 혼내지 않았다"며 박경상을 칭찬했다.

이번 시즌 KCC는 여러 전문가가 예상했던 대로 최하위를 전전하고 있다. 하승진의 군입대, 전태풍의 이적, 추승균의 은퇴로 주전 3명이 한꺼번에 빠진 여파를 제대로 겪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연이은 선수들의 부상으로 가뜩이나 빈약한 선수층도 더더욱 얇아진 상태다. 그래도 허 감독은 박경상처럼 지금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선수들을 보며 스트레스를 속으로 삭이고 있다. 비록 지금은 험하고 힘든 시절을 겪더라도 미래에는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전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