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월드컵 세대의 감독 성공시대가 열렸다. '스타 출신은 명감독이 되기 힘들다'는 스포츠계의 속설에서 이들은 예외였다.
스타트는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43)이 끊었다. 8월 한국축구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따냈다. 홍 감독은 2005년 9월 독일월드컵 대표팀 코치로 지도자의 길에 입문한 뒤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2008년 베이징아시안게임 코치를 역임했다. 감독으로 승격된 2009년에는 첫 성과를 냈다. 20세 이하 이집트 청소년월드컵에서 8강 신화를 일궈냈다. 2010년에는 광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으로 동메달을 따냈다. 홍 감독은 선수로서 기량보다 인간적 됨됨이를 강조했다. 또 '1+10=1'이라는 '팀 스피릿'을 요구했다. 홍 감독의 성공 열쇠는 '꼼꼼한 리더십'이었다. 그는 "조직의 리더는 일의 시작부터 끝까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분명히 알아야 한다. 매 순간 열정과 준비는 필수 사항이다"고 말했다.
2002년 당시 최고참이던 황선홍(44)의 감독 인생도 5년 만에 만개했다. 2012년 FA컵 정상에 섰다. '황새'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감독으로서 순탄치 않았다. 2008년부터 3년간 부산의 지휘봉을 잡았지만 컵대회, FA컵 준우승이 전부였다. 리그 성적은 더 좋지 않았다. 포항 감독을 처음 맡았던 지난해에도 정규리그 2위에 올랐다. 그러나 플레이오프에서 복병 울산에 덜미를 잡혔다. FA컵 우승은 '절실함'이 만들어낸 산물이었다. '신뢰의 리더십'이 빛을 발했다. 어린 유망주들과 부진한 베테랑들에게 기대에 걸맞는 활약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줬다. 황 감독은 "지도자로서 이제 겨우 첫 걸음을 뗀 셈"이라고 머리를 숙였다.
한-일월드컵 세대 감독의 성공시대에 방점을 찍은 것은 최용수 FC서울 감독(39)이었다. 올시즌 서울을 K-리그 맨 꼭대기에 올려놓았다. 한-일월드컵 세대 중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K-리그 우승을 손수 만들어냈다. 한-일월드컵 세대 감독들의 도전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삼총사의 승승장구로 한국축구 지도자계의 세대교체가 가속 페달을 밟게 될 전망이다. 상암=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