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는 구단을 움직이는 모그룹 오너들에게도 관심거리다. 한해 농사의 성패를 결정하는 빅매치를 TV로 보거나 아랫사람을 통해 보고만 받을 수는 없는 법.
31일 삼성과 SK의 한국시리즈 5차전이 벌어진 잠실구장이 경기 전부터 술렁거렸다.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그룹과 SK그룹의 오너가 직접 경기장을 찾을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경기 중간에 올 수 있다고 두 구단은 얘기했다. 둘 다 구단주는 아니지만 구단 운영에 절대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 사장과 최 회장 모두 스포츠에 관심이 많다. 이 사장은 이번 시즌 잠실구장과 목동구장을 한 차례씩 찾았다. 잠실엔 삼성-LG전(5월11일), 목동에선 삼성-넥센전(5월20일)을 지켜봤다. 목동엔 여동생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가족과 동행해 큰 화제가 됐다. LG전에선 삼성이 승리(8대4)했고, 넥센전(3대5)에선 졌다. 최 회장은 올해는 야구장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둘의 야구장 만남은 불발됐다. 양복에 노타이 차림으로 온 이 사장은 4회 이인용 삼성전자 부사장 등과 경기장에 도착, 본부석 삼성쪽 귀빈석에 자리했다. 삼성그룹 스포츠단 임원들도 함께 했다. 이 사장의 표정은 무척 밝았다. 삼성이 2-1로 앞서 나가고 있었다. 2-1로 앞선 7회말 무사 1,2루 위기를 안지만이 무실점으로 막자 마치 어린아이 처럼 기뻐했다.
그는 5회가 끝나고 그라운드 정리시간에는 김택진 NC 다이노스 구단주를 찾아가 먼저 인사를 하기도 했다. 제9구단인 NC는 내년 정규리그에 참가한다. 김 구단주는 아내 윤송이씨와 다이노스 점퍼를 입고 야구장을 찾았다. 이 사장은 김 구단주의 서울대 후배로 평소 친분이 있는 사이다.
반면 최 회장은 오후 7시 저녁 약속에 따라 경기장 방문 여부가 달라질 수 있었다. SK구단 관계자들은 최 회장의 방문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저녁 약속이 길어졌고 경기장 방문이 불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최 회장의 사촌형 최신원 SKC회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경기를 관전했다. 분홍색 비니를 쓰고 캐주얼한 복장으로 와 알아보기가 힘들 정도였다. SK 구단 관계자는 최신원 회장은 야구 등 스포츠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최신원 회장은 지난 런던올림픽 때 런던을 방문, 여자핸드볼 국가대표팀을 만나 격려하기도 했었다. 이 사장과 최신원 회장의 만남도 이뤄지지 않았다. 잠실=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