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2012시즌 고양 오리온스의 천적은 울산 모비스였다. 오리온스는 유독 모비스만 만나면 힘을 쓰지 못했고 모비스전 6전 전패를 당했다. 오리온스가 지난 시즌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한 팀은 모비스가 유일했고, 반대로 모비스가 6전 전승을 기록한 상대팀은 오리온스가 유일했다.
그리고 두 팀의 천적 관계는 10월 30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2-2013시즌 첫 맞대결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였다. 그 이유는 경기당 14.6득점 6.9리바운드를 기록중이던 오리온스의 최진수가 모비스전을 앞두고 전치 3주의 부상을 당하며 엔트리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의 예상대로 경기 초반에는 모비스가 우위를 점했다. 모비스는 신인 김시래가 1쿼터에만 3점슛 2개로 6득점을 올리는 등 선수 전원이 고르게 득점에 가세하며 1쿼터를 16-8로 크게 앞섰다. 반면에 오리온스는 부상에서 복귀한 테렌스 레더가 좀처럼 경기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며 무득점에 그쳤고, 그 때까지만 해도 지난 시즌의 천적 관계가 되풀이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오리온스는 2쿼터 테렌스 레더 대신 투입된 리온 윌리엄스의 맹활약에 힘입어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윌리엄스는 모비스 맥카스킬의 수비를 뚫고 2쿼터에만 12득점을 올리며 오리온스가 27-30으로 3점차까지 추격하는 데 큰 힘을 보탰다.
윌리엄스의 활약을 통해 추격에 성공한 오리온스는 3쿼터부터 제대로 힘을 내기 시작했다. 오리온스의 후반전을 이끈 주인공은 바로 테렌스 레더였다. 레더는 3쿼터 3분경에 자신의 시즌 첫 득점을 기록한 이후 특유의 득점 감각을 회복했고, 레더가 살아나자 김동욱과 전태풍, 정재홍 등 국내 선수들도 이 전보다 좋은 활약을 펼쳐 보였다.그 결과 오리온스는 지난 시즌 그들의 천적이었던 모비스를 상대로 시즌 첫 번째 맞대결에서 66-62의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특히 주전 파워포워드 최진수가 부상으로 빠진 악조건 속에서 정상 전력이 풀가동 된 모비스를 상대로 승리했기 때문에 승리에 대한 기쁨과 승리로 인해 얻게 된 자신감은 단순한 '1승' 이상이었다.
또한 오리온스는 30일 경기를 통해 모비스와의 천적 관계를 청산함은 물론이고, 1라운드 외국인 선수 테렌스 레더의 합류로 인한 파생 효과도 확인할 수 있었다. 레더가 후반 들어 특유의 득점력과 경기력을 회복하면서 오리온스는 다양한 루트의 공격을 전개해 나갔다.
과거 KCC에서 레더와 좋은 호흡을 자랑했던 전태풍은 레더를 적극 활용하며 11개의 어시스트를 배달했고, 레더가 골밑에서 안정감을 보여주자 김동욱은 수비가 헐거워진 외곽에서 3점슛 4방을 터뜨렸다. 레더의 존재로 인해 팀의 에이스인 전태풍, 김동욱이 보다 편하게, 보다 다양하게 공격에 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밖에도 이 날 전정규와 조상현 대신 주전 슈팅가드로 40분 풀타임을 뛴 정재홍은 오리온스 킬러인 양동근을 단 3득점에 묶는 만점 수비와 함께 7득점 3스틸을 기록하며 기대를 뛰어넘는 활약을 펼쳤고, 최진수 대신 주전 파워포워드로 출장해 6득점 5리바운드를 기록한 신인 김승원은 모비스의 함지훈을 9득점 6리바운드로 묶으며 가능성을 증명해 보였다.
천적 모비스를 1라운드부터 잡아낸 오리온스가 정말 무서운 이유는 지금의 전력이 베스트가 아니라는 것이다.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되어 있는 최진수와 조효현 등이 돌아오고 레더가 점점 팀플레이에 적응해 나간다면 오리온스는 지금보다 더 무서운 팀으로 변모할 것이다. 6시즌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리고 있는, 아니 그 이상의 성적을 노리고 있는 오리온스의 변신은 무죄다.
<홍진표 객원기자, SportsSoul의 소울로그(http://blog.naver.com/ywam31)>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