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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맨유의 두 번째 격돌, 변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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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매치가 여럿 잡혀있었던 지난 주말,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EPL에선 악몽같은 일이 일어났다. 축구의 승부가 피치에서 뛰는 열 한 명의 선수와 벤치에서 뛰는 코칭 스탭의 지시, 그리고 관중석에서 뛰는 팬들의 응원이 아닌, 또 다른 세력의 개입에 의해 결정된 것이다. 공교롭게도 그 중 하나였던 첼시-맨유가 내일 새벽 캐피탈원컵에서 또 한 번 맞붙는다. 사태가 일파만파 퍼져 '변수'라는 것을 따로 다룬다는 것이 굉장히 조심스럽긴 하지만, 경기 내용 자체에만 최대한 초점을 맞춰 다뤄볼까 한다.

첼시 입장에선 지난 주말에 이어 '또' 맨유고, '또' 홈 경기다. 두 번 연속 홈 경기라는 점이 어쩌면 그들에겐 썩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지난 시즌, 아스널-리버풀(2회)-애스턴빌라-뉴캐슬에 무너지며 스탬포드 브릿지에서의 '난공불락 연속 무패' 명성에 금이 심하게 갔다고는 해도, 올드 트래퍼드보다는 홈에서 경기를 치르는 게 낫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우리 집 개도 자기 집에서는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데, 첼시는 그 이상 아니겠는가.

여기서 잠깐 지난 주말 경기의 흐름을 간략히 짚어보자. 두 팀은 기본 성향에서 큰 차이를 보였는데, 첼시는 앞으로 나가려는 형태를 취했고 맨유는 뒤로 물러서는 형태로 대응했다. 맨유는 중앙선 아래로 내려가 기본 수비 대형을 구축해 첼시의 공격을 대비하는 움직임을 자주 보였고, 첼시는 간간이 올라오는 상대의 역습이 아니라면 본인들의 진영을 비워놓고 공격에 몰두하는 시간이 많았다. '원정팀' 맨유는 급할 거 없이 기다렸고, 빈틈이 보였을 때 결정적인 한 방으로 첼시를 무너뜨리겠다는 의도로 중무장한 상태였다.

문제는 이 상황에서 전반 초반에만 두 방을 얻어맞았다는 데에 있다. 활동 반경이 넓고 수비에 적극적인 루니가 아예 본인의 진영으로 내려와 수비를 펼쳤고, 퍼디난드는 전진 수비를 가미하며 라인 사이의 공간을 좁혀갔다. 그 과정에서 볼을 빼앗아내면 곧장 전방의 에쉴리 영과 반 페르시에게 연결돼 역습이 시작됐고, 전반 12분 만에 행운 성 골을 포함해 두 골이나 성공했다. 공격에 치중하던 첼시는 라인 사이가 넓게 벌어진 상태, 그동안 큰 힘을 실어줬던 아자르-오스카-마타 라인의 전방 압박이 닿기엔 거리도 멀었고 시간적 여유도 부족했으며, 하미레스-미켈 라인을 가동했던 수비형 미드필더 또한 이를 적절히 잡아주질 못했다.

홈 팀 첼시 vs 원정팀 맨유, 두 팀이 처한 상황은 더욱더 극명히 갈렸다. 이번 캐피탈원컵의 결과가 지난 주말 EPL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홈'에서 맨유를 맞는 첼시는 '자존심'이라는 또 다른 요소를 위해 싸워야 한다. 샤흐타르 원정 패배에 맨유전까지 2연패를 당해 반전의 계기가 필요한 첼시는 이번 경기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물론 맨유전에서도 확인했듯 1.5선에서의 활발한 연계로 승부를 뒤집을 수 있는 화력은 갖추고 있지만, 이른 시각부터 골을 쉽게 내준다는 것은 결코 긍정적인 흐름일 수 없다. 급한 건 첼시지 맨유가 아닌 경기, 지나치게 승리를 의식하기보다는 공-수 밸런스 유지에 조금 더 공을 들여야 한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