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우승팀이 결정되는 날, 현장에서 우승 행사를 지켜본다는 것은 야구팬들에게 굉장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우승팀 선수들이 감독을 헹가래치는 장면은 언제봐도 가슴 뭉클하고, 기억에 오래 남는다. 그런데 이 행운의 장면을 만끽해 본 야구팬들은 얼마나 될까.
한국시리즈는 지난해까지 총 29차례 열렸다. 82년 OB부터 지난해 삼성까지 총 29개팀이 감격적인 우승 행사를 치렀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연감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한국시리즈 우승 향방이 결정된 29경기의 총 관중수는 68만822명이었다. 그러니까 통계 자료대로라면 지금까지 68만822명이 우승 행사를 현장에서 지켜봤다는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지역간 편차는 굉장히 컸다. 29경기 가운데 무려 19경기가 잠실구장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이번 삼성과 SK의 한국시리즈 5~7차전도 잠실에서 열리기 때문에 해당 기록은 20경기로 늘어나게 된다. 즉 전국 시도 가운데 한국시리즈 우승 행사를 가장 많이 지켜본 팬들은 서울 시민들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해마다 경기 장소 규정이 조금씩 달랐지만, LG와 두산 이외의 팀끼리 한국시리즈를 펼칠 경우 5~7차전은 반드시 잠실구장에서 열도록 돼있기 때문이다.
잠실구장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시리즈 우승팀 결정 경기를 많이 치른 구장은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이다. 대구구장은 총 3차례 한국시리즈 우승팀을 배출했다. 지난 90년 LG가 한국시리즈 4차전서 삼성을 꺾고 챔피언에 올랐던 장소가 대구다. 그러나 대구 팬들의 기억에는 2002년 삼성이 LG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서 이승엽 마해영의 홈런포로 첫 우승을 차지할 당시 대구구장 하늘을 수놓은 축포가 아직도 또렷이 남아 있다. 대구구장 역사상 가장 감격적인 우승 행사가 펼쳐진 해가 바로 2002년이다. 지난 2010년에는 SK가 대구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4차전서 삼성을 꺾고 우승을 확정했다.
이어 태평양과 현대의 홈구장이었던 인천구장(도원구장)이 94년과 98년 두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 결정 경기를 치렀다. 94년에는 LG가 태평양을 눌렀고, 98년에는 현대가 LG를 꺾고 첫 우승을 차지했다. 그밖에 82년 OB가 초대 우승팀으로 결정됐던 동대문구장을 비롯해 광주구장, 대전구장, 수원구장, 인천문학구장에서 각각 한 차례씩 한국시리즈 우승 경기가 개최됐다.
여기에서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통산 10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KIA 타이거즈는 광주구장에서 우승 헹가래를 한 번 밖에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87년 삼성과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어 4연승으로 우승을 차지했을 때였다. 한국시리즈에 진출만 하면 우승을 따냈던 타이거즈는 잠실서만 무려 8번 우승 헹가래를 쳤고, 대전에서 한 번 우승을 경험했다.
또 하나 의외의 사실은 '구도' 부산에서는 단 한 번도 한국시리즈 우승팀이 결정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즉 부산 팬들은 홈팀 롯데가 됐든 다른 팀이 됐든, 한국시리즈 우승 행사를 직접 본 적이 없다는 소리다. 롯데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84년과 92년 당시 경기 장소는 모두 잠실구장이었다.
웬만하면 잠실구장에서 한국시리즈를 열도록 돼 있는 지금의 규정대로라면 앞으로도 지방 팬들은 우승 행사를 보는 행운을 자주 누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