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1경기지만, 파괴력은 엄청났다.
시즌 전 부상. 그리고 30일 모비스전에 복귀한 오리온스 외국인 선수 테렌스 레더다.
레더는 이날 22분을 뛰며 14득점, 9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모두 승부처에서 나온 알토란같은 기록이다. 오리온스는 모비스를 66대62로 눌렀다. 상위권 판도를 뒤흔들 가장 강력한 변수가 등장했다.
●운 좋은 레더
레더는 5시즌 연속 한국무대에서 뛰었다. 사실 그는 시들어가는 용병이었다. 지난 시즌 모비스에서 대체용병으로 활약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운동능력이 떨어지면서 골밑 장악력이 조금씩 약해졌다. 거친 성격도 마이너스 요인이었다. 강인한 승부근성을 가졌지만, 게임이 잘 풀리지 않을 경우 팀동료들에게도 짜증을 내기 일쑤였다.
그런데 확실히 운이 좋았다. 올 시즌 수비자 3초룰이 폐지됐다. 게다가 외국인선수 드래프트 제도가 변경되면서 용병 수준 자체가 현저하게 떨어졌다.
이 두 가지 요인 때문에 레더의 가치는 급상승했다. 레더의 가장 큰 장점은 골밑에서 투쟁심이다. 적극적인 몸싸움과 현란한 피봇으로 강력한 1대1 포스트 공격능력을 지녔다. 때문에 수비자 3초룰 폐지로 골밑이 빡빡할 수밖에 없는 현 시스템에서 그의 공격능력은 영향력이 저하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는 매우 노련하면서 영리하다. 패싱센스도 좋은 편이다. 게다가 정교한 중거리슛 능력도 갖추고 있다. 30일 모비스전에서 중거리슛으로 득점을 올린 뒤 수비가 몰리자 밖으로 빼주는 패스는 일품이었다. 저득점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는 올 시즌 공격루트의 다양화는 우승의 필수조건이다. 레더는 오리온스에게 수많은 공격옵션을 가져다 줄 수 있다. 또한 외국인 선수 수준이 떨어지면서 그의 노련미는 코트에서 한층 더 위력을 떨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리온스와의 궁합
레더가 노련하다는 것은 경기흐름을 빨리 읽고 효율적인 움직임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오리온스와의 궁합은 최상이다.
오리온스에는 전태풍이 있다. 득점 뿐만 아니라 패스능력도 최상급에 가까운 가드다.
레더의 약점 중 하나는 수비범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약점을 메울 카드는 많다. 일단 수비자 3초룰 폐지로 많은 움직임을 가질 필요가 없다. 활동력이 좋은 최진수도 있다.
오리온스는 외곽이 강하다. 조상현과 전정규 등 슈터들이 있다. 김동욱과 최진수도 3점슛을 쏠 수 있다. 전태풍도 마찬가지다.
사실 수비자 3초룰의 폐지로 가장 중요한 감각은 골밑돌파와 거기에 따른 패스능력이다. 레더는 다른 외국인 선수들이 가지지 못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저돌적인 골밑돌파와 함께 수비가 붙을 때 절묘한 타이밍에서 빼줄 수 있는 패스능력을 가지고 있다. 모비스전에서 입증했다. 따라서 어깨를 다친 최진수가 2~3주 뒤 복귀하면 레더 효과는 더욱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가장 강력한 다크호스로 평가받은 오리온스는 초반 기복이 심한 플레이를 펼쳤다. 하지만 든든한 구심점이 생겼다. 올 시즌 상위권 판도에 가장 큰 변수인 레더 효과다. 고양=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