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지만이 삼성을 구했다.
삼성과 SK의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많은 이들이 삼성의 우세를 예상했다. 하지만 SK의 승리 가능성을 점치는 의견도 많았다. 지난해에 비해 허약해진 삼성 불펜 때문이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환상적인 투구를 보여준 권오준이 부상으로 낙마했다. 정현욱, 권 혁의 구위는 지난해만 못했다. 결국 마무리 오승환은 제외하고 삼성 불펜의 최고 믿을맨은 안지만 뿐이었다.
그런 안지만이 3차전에서 무너졌다. 6회 위기 상황서 구원등판 했지만 4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안지만이 무너진 충격은 상상이상이었다. 1, 2차전을 모두 쓸어담았던 삼성은 3차전 뿐 아니라 4차전에서도 맥없이 무너졌다.
양팀의 운명을 가를 5차전이 열린 잠실구장. 2-1로 아슬아슬한 리드를 지키던 삼성에 또 한 번의 위기가 찾아왔다. 7회 이호준에게 안타를 허용한 뒤 박정권의 번트 타구를 어설프게 처리하며 무사 1, 2루 상황이 된 것이다. 다른 카드가 없었다. 류중일 감독의 선택은 안지만이었다.
첫 타자 김강민과의 대결. SK 이만수 감독은 희생번트 대신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로 강공을 선택했다. 하지만 2S가 되면서 이 작전은 무위로 돌아갔고 안지만은 뚝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김강민을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안지만이 넘어갈뻔한 경기 주도권을 다시 삼성쪽으로 돌려놓는 순간이었다.
극적인 삼진의 기세는 그대로 이어졌다. 다음타자 박진만은 안지만의 슬라이더에 방망이도 제대로 돌리지 못하고 삼진을 당했다. SK는 대타 이재원을 내세웠지만 이재원의 방망이는 안지만의 구위를 누를 수 없었다.
안지만은 8회에도 등판, 임 훈과 정근우를 각각 삼진과 포수플라이로 잡아낸 후 오승환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그야말로 완벽한 피칭이었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