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내용이 너무 마음에 와 닿더라."
큰 경기서 4번타자의 부담감은 클 수 밖에 없다. 잘하면 영웅 대접을 받지만 못치면 역적으로 팬들의 꾸지람을 듣게 된다. 이호준도 그랬다. 한국시리즈 1,2차전서 1안타의 부진을 보인 이호준은 3차전서 솔로포를 터뜨리고 4차전서는 2루타를 치며 득점을 했다. 못쳤을 때 '너무 힘들다', '빨리 끝났으면…'하는 마음을 가졌다고 했다. 지인이 말해준 한 선수의 인터뷰 내용이 그의 생각을 바꿨다.
이호준은 31일 한국시리즈 5차전을 앞두고 취재진을 만나 "너무 마음에 와 닿는 인터뷰 내용이었다. 인터뷰의 요지는 '중심타자가 그런 부담감을 이기지 못한다면 어떻게 프로 선수냐'였다"고 했다. "난 너무 힘들다는 생각 밖에 안했는데 그 인터뷰를 본 뒤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그런 부담은 당연한건데 못치면 욕먹으면 되니까 편하게 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 선수가 누구냐고 묻자 "저기 저쪽에 36번 있잖아요"라고 했다. 인터뷰의 주인공이 바로 삼성의 이승엽이었다. 상대팀 선수의 인터뷰로 이호준이 힘을 얻은 셈.
3차전까지는 자신이 봐도 어이없었다고. 특히 3차전 6회말 헛스윙 삼진은 스스로를 충격에 빠뜨렸다. "나중에 슬로비디오를 봤는데 방망이가 채 나오지도 않았는데 공이 포수 미트로 들어가더라. 화면에 내가 놀라는 모습이 나왔다"며 "내가 사회인야구 선수도 아닌데 너무 막 휘둘렀다"고 반성했다.
4차전의 우익선상 2루타엔 만족스런 모습. "내가 봐도 잘 밀어쳤다. 그전엔 항상 레프트 관중석이 보였는데 그땐 라이트 관중석이 보였다. 앞으로도 그렇게 쳐야한다"며 웃었다.
밀어치기로 타격감을 잡았을까. "타격감은 먹는 거지 잡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농담을 건넨 이호준은 "경기가 끝나야 내 감이 좋았는 줄 알 수 있다. 잘치면 감이 좋은 것이다"라고 특유의 유머를 날린 뒤 배트를 들고 배팅케이지로 향했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