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삼성 감독은 훈련 대신 휴식을 선택했다. 인천에서 충격의 2연패를 당한 삼성은 30일 경기가 없는 하루 동안 인천에서 서울로 이동했다. SK 선수들이 인천구장에서 훈련했지만 삼성은 팀 훈련을 하지 않았다. 류 감독은 서울로 이동하기 전 인천 숙소에서 간단한 미팅을 했다고 한다. 그는 선수들에게 "이 가을잔치를 즐기자"고 말했다. 삼성은 SK와의 한국시리즈에서 2연승 뒤 2연패했다. 2승2패 동률이다. 이제 남은 세 경기에서 먼저 2승하는 쪽이 챔피언이 된다. 똑같은 상황이라 위축될 필요가 없다.
류 감독은 이번 시리즈를 시작하기 전에도 선수들에게 한국시리즈를 즐기자고 당부했다. 우승에 대한 부담을 갖지 말고 가을축제인 만큼 즐기면서 맘껏 가진 기량을 펼쳐줄 것을 주문했다.
홈에서 벌어진 첫 두 경기를 그렇게 했다.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다섯 경기를 치르고 올라온 SK를 상대로 투타 밸런스가 완벽했다. 삼성이 페넌트레이스에서 보여주었던 그 실력 그 대로였다. 그런데 3차전 실수 연발에 이은 어이없는 역전패 이후 4차전까지 무기력하게 내줬다. 4차전에선 삼성의 얼굴 이승엽 마저 이해하기 힘든 주루 플레이 실수로 기선 제압에 찬물을 끼얹었다. 3차전 패배로 당황한 삼성 선수들은 경기 자체를 즐기지 못했다. 너무 조급했다. 방심은 하지 말아야 하지만 성급할 필요도 없었다.
삼성은 우승 향방의 분수령이 될 5차전을 앞두고 팀의 모든 역량을 하나로 모아야 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이 인정하듯 삼성은 여전히 투타 기본 전력에서 SK에 앞선다. 단 분위기는 SK가 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은 다시 분위기를 빼앗아 와야 한다. 시리즈를 원점에서 재출발하는 상황에서 즐기자는 얘기 보다 간단하면서 명료한 주문은 없다.
삼성과 SK 선수와 코칭스태프 모두 시리즈가 길어지면서 초조하고 불안하고 힘들다. 삼성은 크게 앞서가다 동률이 됐기 때문에 심적으로 더 불안하다. 벌써 포스트시즌에서 9경기를 한 SK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체력적으로 피곤하다.
이제 5차전부터는 경기를 즐기는 쪽으로 판세가 기울 것이다. 열심히 하거나 잘 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그 보다 더 강력한 것은 즐기면서 일을 하는 것이다. 결국 이런 큰 경기가 주는 긴장을 즐길 줄 아는 자가 우승 트로피를 품을 것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