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화려해졌다. SK가 2패후 인천 홈에서 2연승을 할 때 특이한 점은 세리머니를 과감하게 펼쳤다는 것이다.
SK 선수들은 대개 조용한 편이다. 세리머니를 하는 선수들이 거의 없다. 김광현 정도가 왼주먹을 꽉 쥐면서 세리머니를 하는 경우가 있지만 다른 선수들은 홈런을 쳐도 조용히 들어오는 편이다. 선수들이 가만 있는데 이만수 감독이 많은 세리머니를 해서 이 감독의 세리머니가 더 관심을 받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 한국시리즈에선 선수들도 세리머니에 동참했다.
득점을 할 때, 좋은 수비를 펼쳤을 때 선수들의 세리머니는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팬들을 더욱 환호하게 만들어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2연패를 한 뒤여서일까. 순간 순간 선수들의 몸이 자연스럽게 움직였고 이런 힘있는 액션은 동료들에게, 팬들에게 더욱 자신감을 불어넣고 상대를 주눅들게 만들었다. SK 선수들의 화끈한 세리머니는 이 감독의 세리머니를 약하게 만들 정도였다.
세리머니를 하는데 나이는 상관없었다. 3차전서 박진만은 3-6으로 뒤진 4회말 추격의 솔로포를 터뜨린 뒤 오른팔을 번쩍 들어 올리는 힘있게 세리머니를 했다. 역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출. 5-7로 뒤진 6회말 정근우는 1타점 적시타를 친 뒤엔 자주 보여주지 않던 세리머니를 했다. 베이징 올림픽 일본전서 홈을 밟은 뒤 주먹쥐고 양 팔을 앞으로 뻗는 액션을 다시 보여줬다. 그만큼 그에겐 짜릿한 순간. 김강민은 쐐기 스리런포를 날린 뒤 1루쪽 관중석을 향해 껑충 뛰면서 오른팔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해 분위기를 SK로 완전히 돌렸다.
4차전도 세리머니의 연속이었다. 선제 솔로포를 터뜨린 박재상은 자신의 타구가 담장을 넘는 것을 보는 순간 덕아웃을 뛰쳐나온 동료들을 향해 껑충 뛰면서 기쁨을 배가시켰다. 이어 최 정도 홈런을 친 뒤 열심히 뛰어 홈을 밟은 뒤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끝내고서 두 주먹을 불끈 쥐면서 홈런을 친 기쁨을 표현했다. '4차전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보였다.
마운드에서도 강한 인상을 보였다. 김광현은 매 이닝을 끝날 때마다 왼손을 쥐면서 역동적인 모습으로 덕아웃으로 뛰어갔다. 특히 4회초 무사 1,2루의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긴 뒤 왼손을 불끈 쥐고 점프를 하면서 기쁨을 나타냈다. 6회초 교체될 때는 송은범과 강하게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힘을 실어줬다. 전혀 세리머니가 없던 송은범마저 세리머니 대열에 동참. 6회초 2사 1,2루서 조동찬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껑충 뛰면서 오른팔을 들어 올렸다. 원래 세리머니가 없던 선수라 그런지 어색했지만 그의 기쁜 마음은 충분히 표현됐다.
한참 과하게 액션을 했던 선수들은 후반엔 다시 조용해졌다. 승기를 잡은 이후엔 다시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나갔고, 박희수도 이닝을 마친 뒤 조용히 덕아웃으로 들어왔고, 마무리 정우람은 경기를 마무리 짓고 조인성과 주먹 하이파이브를 하는 간단한 세리머니로 승리를 자축했다.
큰 경기고 꼭 이겨야한다. 과도한 세리머니가 어느정도 용인된다. SK가 잠실에서도 세리머니를 펼치며 역전의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