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4번 타자 박석민(27)의 방망이가 침묵하고 있다. 페넌트레이스에서 삼성의 해결사였지만 한국시리즈에서 극도로 부진하다. 그러면서 팀도 2연승 뒤 2연패로 내리막을 탔다.
그는 이번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옆구리 통증 때문에 타격 훈련이 늦었다. 지난 19일부터 타격훈련을 했다. 한국시리즈는 24일부터 시작됐다.
1차전부터 4차전까지 줄곧 4번 타순에 들어갔다. 하지만 박석민은 12타수 1안타 1타점으로 극도로 부진했다. 한국시리즈 타율이 8푼3리로 채 1할이 안 된다. 결정적인 찬스 때마다 범타로 공격의 흐름을 끊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의 고민은 4차전을 앞두고 부터 시작됐다. 박석민은 몸상태가 괜찮다고 했다. 하지만 류 감독은 "선수는 괜찮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참고하는 것 같기도 하다"고 했다. 박석민의 컨디션에 의문 부호를 달았지만 결국 타격 훈련을 지켜본 류 감독은 박석민을 4차전에도 선발 4번 타자로 투입했다. 하지만 또 박석민은 보여준 게 없었다. 방망이 타이밍이 늦었다. 직구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면서 변화구에도 대처할 수 없었다.
류 감독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박석민을 아예 선발 라인업에서 빼는 것이다. 또 하나는 박석민의 타순을 재조정하고 4번을 새로운 타자에게 맡기는 것이다.
그런데 둘 다 단점을 갖고 있다. 그래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박석민을 뺄 경우 그를 대체할 거포가 마땅치 않다. 강봉규 신명철 정도인데 박석민을 대체할 정도로 존재감이 크지 않다. 자칫 박석민을 빼는 게 SK를 도와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
박석민의 타순을 조정할 경우 부담이 가장 큰 4번을 칠 적임자는 이승엽이다. 중심 타자 중에서 이승엽이 가장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 최형우가 또 걸린다. 이번 시즌 최형우는 이승엽 다음 타순에선 극도의 슬럼프를 보였다. 그 징크스 때문에 최형우는 이승엽 앞 타순 또는 한 타자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배치됐다. 박석민을 몇 번 타순에 넣어야 할 지도 고민을 해봐야 한다.
4번 타자는 타순의 중심이다. 따라서 4번이 박석민 처럼 흔들리면 전체 타순이 뒤죽박죽될 수 있다. 그래서 4번 타자를 교체할 때는 용단이 필요하다. SK도 지난 삼성과의 2차전 때 타격감이 좋지 않았던 이호준 대신 이재원을 넣었다가 실패, 팬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이후 이만수 SK 감독은 다시 이호준에게 기회를 주고 있다. 삼성이 하필 가장 큰 경기인 한국시리즈 도중 이런 문제에 직면했다.
박석민에게 계속 기회를 주어야 하나, 아니면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주어야 할까. 어떤 선택이 올바른 건지는 5차전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