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60-68로 뒤진 4쿼터 6분21초를 남긴 상황. KT 서장훈이 이마에 붕대를 칭칭 감고 코트에 들어섰다. 서장훈은 신체 접촉이 있었던 SK 김민수가 사과의 표시를 하자 고의로 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후 김민수에게 괜찮다는 사인을 보내고 묵묵히 코트를 뛰기 시작했다.
KT는 아쉽게 패했다. 하지만 서장훈의 '붕대투혼'이 후배들을 일깨웠고 KT는 올시즌 강팀으로 변신한 통신 라이벌 SK와의 경기에서 끝까지 상대를 물고 늘어뜨렸다. 올시즌 무기력한 경기를 보여주던 KT의 모습이 아니었다.
서장훈이 부상을 입은 것은 3쿼터 종료 직전. 서장훈은 3쿼터까지 11득점 3리바운드를 기록하는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부상도 적극적인 수비를 하다 당하고 말았다. 3쿼터 종료를 앞두고 김민수의 골밑슛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슛을 쏘고 내려오는 김민수의 왼팔에 왼쪽 눈두덩이 부분을 가격당했다. 눈 위에서 많은 피가 흘러내렸고 곧바로 벤치에서 응급처치를 받았다.
55-64로 뒤진 채 4쿼터를 맞은 KT. 하지만 추격의 분위기가 되자 서장훈이 필요했다. SK 장신 외국인 센터 크리스 알렉산더가 빠진 상황에서 키가 큰 서장훈을 이용한 공격과 수비가 효율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서장훈은 붕대를 감아 왼쪽 눈의 시야가 가려진 채로 종횡무진 코트를 누볐다. 시야 때문에 적극적으로 공격에는 가담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전에는 볼 수 없던 빠른 백코트와 리바운드 가담은 물론, 스크린 등 궂은 일을 도맡았다. 연세대 재학시절을 연상케 하는 커트인 공격도 성공시켰다. 이날 최종 개인 기록은 13득점 5리바운드. 하지만 수치로 평가할 수 없는 활약이었다. 은퇴를 앞둔 마지막 시즌, KT에 와 확 달라졌다는 평가를 그대로 보여준 경기였다.
KT는 서장훈의 활약 속에 10점 이상 크게 지던 경기를 2점차까지 추격했다. 하지만 마무리가 아까웠다. 서장훈은 70-75로 끌려가던 종료 50여초를 남기고 회심의 3점슛을 던졌다. 하지만 공은 아쉽게 림을 돌아나왔다. KT는 종료직전 조성민이 3점슛을 성공시키며 73-75까지 추격에 성공하고 막판 파울작전까지 시도했지만 73대77로 패하고 말았다. KT는 이날 패배로 3연패의 늪에 빠지게 됐다. SK를 상대로 이어오던 5연승 기록도 마감됐다. 이날 KT를 꺾은 개막전 패배 후 5연승을 달리며 전자랜드와 함께 공동 1위 자리에 올랐다.
한편,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GC와 오리온스의 '레드 더비'에서는 오리온스가 전태풍(23득점)-김동욱(20득점)-리온 윌리엄스(21득점) 3각편대를 앞세워 KGC에 83대77로 승리했다.
부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