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돕는 팀이 나올까. 비가 시리즈 향방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삼성이 홈에서 먼저 2승을 가져갔다. 마찬가지로 SK와 맞붙어 4승1패로 우승을 차지한 지난해와 똑같은 페이스다. 오히려 더 빨리 시리즈를 끝낼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시리즈 스윕에 대한 꿈이 부풀어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강한 변수가 나타났다. 바로 3차전이 열릴 27일 인천에 강한 비가 예보돼 잇는 것.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해상에서 북동진하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강한 바람과 함께 전국, 특히 중부지방엔 20~60㎜의 비가 예상되고 있다. 강수 확률은 60~90%. 아침부터 내린 비는 이날 밤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2시에 시작하는 낮경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지난해엔 롯데와 SK의 플레이오프 5차전이 우천순연된 적이 있다. 당시 SK는 4차전 패배를 딛고 5차전에서 승리하며 한국시리즈 티켓을 따냈다.
한국시리즈에서 우천순연 경기가 나온 건 지난 2006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공교롭게도 삼성이 주인공이었다.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한화의 한국시리즈 2차전이 우천순연됐다. 1차전에서 승리한 삼성은 비로 밀린 2차전에서 2대6으로 역전패했다. 페넌트레이스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해 실전감각이 떨어진 팀에겐 아쉬운 우천취소였다. 하지만 삼성은 이후 3승1무로 한화를 압도하며 시리즈 전적 4승1무1패로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삼성, 넘치는 투수 자원에 불붙기 시작한 타선 '우린 손해볼 것 없다'
만약 또다시 우천순연 경기가 나온다면 올해는 어떨까. 삼성과 SK 모두 득실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삼성의 경우엔 투수진에 여유가 넘친다. 굳이 휴식을 취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2차전에선 점수차가 크게 벌어지자 7회부턴 선발 장원삼 대신 고든-정현욱-차우찬을 등판시켰다. 류중일 감독은 이에 대해 "장원삼은 6차전까지 가면 선발로 다시 던져야 한다. 그래서 다른 투수들을 썼다. 컨디션 점검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여유가 넘치는 발언이다. 긴박한 승부가 펼쳐지는, 한해 농사가 달린 한국시리즈에서 1이닝씩 몸을 풀었다. 류 감독은 "우리 팀엔 던지고 싶어하는 투수들이 많다. 특히 차우찬은 3,4차전에 두번째 투수로 나서야 하는데 오늘 공을 보니 힘이 많이 붙은 모습이다. 기대가 된다"며 웃었다.
반대로 상대의 필승조 박희수 정우람이 휴식을 취하는 데 대해서는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 그는 "어차피 둘은 오래 쉬었다. 하루 더 쉰다고 우리에게 특별히 손해될 것 없다"고 했다. 시쳇말로 '쿨'한 반응이었다.
실전 감각 역시 큰 문제가 아니다. 고작 한 경기 쉰다고 감이 떨어질 이유는 없다. 보름 간 쉬었는데 1,2차전을 통틀어 주전 중 안타를 치지 못한 타자는 없다. 타격감을 잘 조절한 모습이다.
특히 1차전에서 다소 답답한 타격을 보여줬다면, 2차전에선 선발 마리오를 일찌감치 두들기며 타선 침체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이승엽과 최형우가 1,2차전에서 승부를 가르는 홈런포를 가동했고, 박석민 역시 2차전에서 타점을 올렸다. 중심타선 모두가 살아난 모습이다.
▶SK, 필승조 쉬긴 했는데… '답 없는 타선 어쩌지?'
SK 역시 마운드에선 큰 이득을 보지 못한다. 1차전 선발 윤희상의 완투, 그리고 2차전 불펜B조 가동으로 박희수 정우람 등 필승계투조를 아꼈다. 그런데 비로 3차전이 취소된다면 결과론적으로 불필요했던 휴식이 된다. 플레이오프에서 5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치렀다고 해도, 거의 일주일 가까운 휴식이다. 지난 22일이 마지막 등판이었음을 감안하면, 거의 '개점 휴업' 수준이다.
SK 이만수 감독은 2차전 패배 뒤 "(3회 2사 1,2루 상황에서) 2점 밖에 차이가 안 나서 마리오를 너무 일찍 빼기도 그랬다. 그런데 타격감이 안 좋은 박석민에게 풀카운트까지 가서 볼넷을 내주더라"며 "채병용은 선발로 많이 던진 투수라 몸이 늦게 풀리는 편이다. 아무래도 미들맨이 몸이 빨리 풀리기 때문에 최영필을 준비시켰다. 그런데 최형우에게 만루홈런을 맞을 줄 몰랐다. 거기서 끝났다"고 밝혔다.
완벽한 패착이었다. 마리오는 분명 3회 내내 흔들리고 있었다. 어떤 상황이 닥칠 지 모르는데 두번째 투수 조차 준비시키지 않고 있었다. 채병용 부시 등을 활용해 삼성처럼 '1+1'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지만, 그저 선발 마리오가 플레이오프 4차전처럼 긴 이닝을 책임져주기만을 바랬다. 0-6으로 벌어진 뒤에야 패전처리인 최영필로 교체, 그의 말대로 여기서 끝난 게임이었다.
떨어진 타격감이 하루 쉰다고 회복될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1차전 5개, 2차전 5개의 안타 중 정근우가 홀로 4안타를 기록했다. 팀 안타의 40%가 정근우의 손에서 나왔다. 해결사 역할을 해줘야할 최 정-이호준-박정권의 중심타선은 고작 19타수 2안타에 그치고 있다. 뾰족한 답이 보이지 않는 침체다.
이만수 감독은 "인천으로 돌아가 1,2차전은 다 잊어버리고 새로운 기분으로 하겠다. 지난 2007년 두산을 꺾고 우승할 때도 우린 1,2차전에서 모두 졌다. 선수들에게 그걸 상기시켜줘 분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빈틈 없는 삼성의 상황을 고려하면 SK에 좋을 게 하나 없다. 비 예보도 크게 반갑지 않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