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은 통하겠죠."
박종우(23·부산 아이파크)는 담담하게 말했다. 런던올림픽 동메달 현장에서의 '독도 세리머니'에 대해 직접 소명하는 글을 쓰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FIFA를 설득할 소명자료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했다. 정작 당사자인 박종우의 방향성은 의외로 단순명료했다. 머리 굴리지 않는 진심, 정공법을 택했다.
"진실된 마음 그대로 써야죠. 런던올림픽 동메달 직후의 마음, 그리고 지금의 절실한 심정을 가감없이 솔직하게 써야죠"라고 했다. "가장 진실되게…, 진심은 통하니까"라며 웃었다. 동메달의 기쁨에 도취돼 관중석에서 건넨 플래카드를 우발적으로 들고 뛰었던 당시의 마음, 예기치 못한 동메달 수여 보류로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겪었던 마음고생과 지금의 심정을 선수의 입장에서 써내려갈 생각이다.
10월 초 이란전을 앞두고 FIFA의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박종우는 이런저런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란전에 나섰다. 꿈에도 그리던 A매치 데뷔전에서 승리하진 못했지만 존재감을 드러냈다. 박종우에 대한 평가는 후했다. 올림픽대표팀 중원에서 보여준 터프하고 안정적인 플레이, 날카로운 킥은 A대표팀에서도 통했다.
이란전 이후 첫 출전한 24일 포항전에서 시즌 3호골을 쏘아올렸다. 전반 6분 박종우표 예리한 킥은 선제결승골이 됐다. 5월13일 대구전 이후 5개월만에 골맛을 봤다. 스플릿리그 개시 이후 부산의 귀한 첫승을 이끌었다. 경기 당일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이 스위스에서 귀국하며 또다시 '박종우 문제'가 온종일 언론에 오르내린 가운데 박종우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라운드에서 골로서, 걱정하는 팬들을 안심시켰다. 독도 세리머니를 둘러싼 정신적 부담, 중동 원정 후의 체력부담, 고질적인 발가락 부상을 이겨낸 투혼이었다. 런던올림픽 당시 상대 수비수에게 밟힌 오른발 새끼발가락이 요즘도 잔뜩 부어올라 있다. 늘 축구화에 짓눌려 있는 탓에 좀처럼 낫지 않는다. 소염진통제로 버티며 경기를 뛰고 있다. "A매치 이후 첫 게임이라 감독님, 팬들, 우리팀 선수들에게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초반부터 욕심을 부린 것이 골로 연결됐다. 무엇보다 팀이 이겨서 기분이 좋다"는 소감을 전했다.
한여름의 '그 사건' 이후 어언 두달반이 흘렀다. 어느새 찬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찬바람이 더 차게 느껴지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기다리는 수밖에"라고 담담하게 답했다. "늘 이야기하지만 신경쓰이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신경 쓴다고 해서 바뀌는 것도 아니고, 내가 할 일에 최선을 다해 집중하면서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정답을 말했다. 안익수 부산 감독은 10월 초 이란전 직전인 수원전 박종우를 전반에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다. "저답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감독님께서 이럴 때일수록 성숙한 생각으로 축구했으면 좋겠다. 자신에 대한 믿음을 찾는게 중요하다고 하셨다. '정신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스승의 충고를 마음과 행동으로 받아들였다. 안 감독은 '애제자' 박종우의 정신력에 대해 강한 믿음을 표했다. "마음이 많이 쓰일 것이다. 가능하면 부담 주지 않으려 한다. 종우는 생각이 많은 선수이고, 생각을 잘 정리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인터뷰 때마다 조리있는 언변이 인상적인 박종우는 글도 제법 잘 쓴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글 잘 써요?"라는 질문에 "네! 저, 글 잘 쓰는 편이에요"라는 긍정의 답이 돌아왔다. "초등학교 때부터 글도, 글씨도 반듯반듯하게 잘 쓰는 편이에요"라며 웃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