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히 데이터에 기반한 SK 이만수 감독의 '승부수'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큰 경기에서는 데이터도 중요하지만, '경험' 혹은 '관록'의 무게를 감안해야 했다.
전날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1대3으로 패한 SK 이만수 감독은 25일 대구구장에서 2차전을 앞두고 대폭적인 선발 출전자명단 변화를 알렸다. 새로운 인물이 주전으로 기용됐고, 타순이 변했는데 테마를 꼽자면 '4번타자 이재원'과 '모창민 선발 1루수' 그리고 '김성현 선발 유격수' 등 세 부분이었다.
이 감독은 이런 변화의 이유에 대해 "고민이 많았지만, 페이스가 떨어진 타자들을 쉬게 해주는 대신 왼손투수에 강한 선수들을 투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2차전 삼성 선발이 왼손투수인 장원삼임을 고려해 데이터 상으로 왼손에 강했던 '좌완 스페셜리스트'들을 전면에 포진했다는 것이다.
올해 정규시즌 133경기 중에서 무려 111경기나 4번을 맡았던 베테랑 4번타자 이호준을 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대신 깜짝 4번으로 나온 이재원은 올 9월에 상무에서 제대하고 팀에 합류했는데, 신인 때부터 왼손투수에 유독 강했다. 올해도 팀에 복귀한 뒤 왼손투수가 나오면 대타 등으로 나와 상대타율이 무려 4할3푼8리(16타수 7안타)나 됐다. 모창민과 김성현 역시 이재원과 같은 이유로 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하지만, 이들 세 선수에게는 '좌완 스페셜리스트'라는 것 외에도 공통점이 있다. 모두 큰 경기 경험이 적다는 것이다. 이재원은 포스트시즌 11경기, 모창민은 10경기, 김성현은 2경기 밖에 치러보지 못했다. 이들 세 명의 출전경기수를 다 합쳐도 이호준(50경기)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이같은 경험의 부족은 결국 경기에서 부진으로 이어졌다. 이재원은 볼넷만 1개 얻으며 2타수 무안타로 부진했고, 모창민도 2타수 무안타에 1삼진을 당했다. 9번으로 나선 김성현만이 3타수 1안타 1득점을 남겼을 뿐이다. '좌완 스페셜리스트'라는 데이터 결과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경험의 힘은 그만큼 컸다.
대구=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