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은 갖되 자만심은 갖지 말라."
류중일 감독(49)은 지난해 삼성 사령탑 부임 첫 해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아시아시리즈까지 제패했다. 그는 당시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때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고 했다.
삼성은 2012시즌 페넌트레이스에서 압도적인 성적으로 우승했고, 다시 한국시리즈 2연패를 노린다. 첫 경험은 이제 그에게 자신감이란 보약으로 남았다.
그는 삼성이 페넌트레이스 우승이 확정된 순간부터 한국시리즈 구상에 들어갔다. 더 꼼꼼하고 철저하게 준비했다. 이제 어떻게 하면 또 우승할 수 있는 지를 알고 있는 것 같다.
왼손 중지가 아픈 이승엽과 허벅지가 시원찮았던 박석민에겐 일찌감치 휴식을 주었다. 이승엽은 통증 완화주사를 맞기 위해 일본까지 다녀왔다.
삼성은 지난 6일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 이후 보름 이상 공식 경기를 하지 않았다. 따라서 떨어지는 경기감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게 당연했다. 그런데 류 감독은 "실전 감각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서 "SK가 올라올 것으로 예상했다. 단기전에서 많이 이겨본 팀이고 기본적으로 강하다"고 말했다.
삼성은 그동안 충분한 휴식과 계획된 훈련을 100% 가깝게 소화했다. 4차례 청백전을 가졌다. 주간과 야간 골고루 했다. 천연잔디와 인조잔디에서 모두 훈련을 했다. 경기에 집중하기 위해 17일부터 합숙훈련을 했다. 상황별 시뮬레이션 훈련까지 했다.
23일 한 차례 훈련을 끝으로 모든 준비를 마친다. 이미 삼성이 우승으로 가는 시나리오는 다 짜여졌다. 4명의 선발을 정했다. 장원삼 탈보트 배영수 윤성환이다. 우완 고든과 좌완 차우찬이 선발이 무너질 경우 투입되는 두번째 투수 역할을 맡는다. 불펜도 든든하다. 잠수함 권오준이 팔꿈치 통증으로 엔트리 합류가 불발될 가능성이 높다. 대신 같은 사이드암스로 심창민이 권오준 못지 않은 구위를 뿌리고 있다. 이승엽 박석민 최형우가 중심을 이루는 타선도 청백전을 통해 예열을 마쳤다. 박석민의 타격감만 제대로 올라오면 더 바랄게 없다. 박석민은 몸이 덜 만들어져 타격훈련을 좀 늦게 시작했다.
류 감독이 선수들에게 가장 강조한 건 '방심'이다. 삼성이 SK 보다 투타의 기본 전력에서 앞서 있는 건 만천하가 아는 사실이다. 삼성은 월등한 기량으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2위 SK는 롯데와 PO에서 5차전까지 가는 혈투로 에너지 소모가 컸다. 누가 봐다 삼성이 통합 우승에 근접해 있다. 다수의 낙관적인 전망이 삼성 선수들에게 독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방심하지 말라고 했다. 한국시리즈 같이 큰 경기는 사소한 실수에서 승패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한 경기를 놓치면 전체 시리즈에 타격을 준다. 그래서 수비, 주루 플레이, 작전 수행 능력 같은 아주 기본적인 걸 강조했다. 1~2점차의 리드를 지켜야 시리즈를 빨리 끝낼 수 있기 때문에 실수가 없어야 한다.
삼성과 류중일 감독은 1년 전 SK와 한국시리즈에서 만났을 때 보다 더 단단해져 있다. 류 감독은 "SK는 올라올 팀이었다. 재미있는 한국시리즈가 될 수 있도록 좋은 경기를 펼치겠다"고 했다. 허겁지겁 올라온 SK와는 차원이 다르다. 인천=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