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홈 경기마다 찾아와 팬들에게 사과를 하겠다."
어려운 첫 발은 내디뎠지만 진정성을 두고 엇갈린 시각은 여전히 존재한다. 임의탈퇴 신분의 이천수(31)가 전남 팬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서포터스석의 팬들은 외면했다. 일반 관중석의 팬들은 박수로 그를 격려했다.
전남 소속이던 이천수는 2009년 사우디아라비아 알 나스르로 이적 과정에서 코칭스태프와 갈등을 빚으며 물의를 일으켰다. 선수와 코칭스태프간의 폭력사태까지 발생하며 이천수는 팀을 임의로 떠났다. 전남은 이천수를 임의 탈퇴시켰다. 알 나스르를 떠나 지난 시즌 일본 오미야에서 활약한 이천수는 현재 소속팀 없이 무적 신분. K-리그 복귀를 노리고 있지만 전남이 임의 탈퇴를 철회하지 않아 길이 막힌 상태다. 국내에서 훈련을 거듭하던 이천수가 자신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고 전남 팬들에게 사과하기 위해 21일 K-리그 36라운드 전남-인천전이 열리는 광양축구전용구장을 찾았다. 정장을 차려 입고 경기전 출입구에 선 그는 입장객에게 고개를 숙였다. 관중석을 돌며 "죄송합니다"라고 외치며 굳은 표정으로 사과했다. 약 30분간 '사과 의식'을 마친 이천수는 관중석에 앉아 경기를 지켜봤다. 그러나 이천수와 전남 구단간의 거리감은 여전히 멀었다.
▶K-리그 복귀 희망 품는 이천수
"K-리그에 복귀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광양을 찾게 됐다."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이천수는 K-리그 복귀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2009년 불미스러운 일로 팀을 떠났지만 여전히 자신에게 박수를 쳐주는 팬들이 있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운 듯 했다. 그는 "전남에 있을 때 팬들이 좋아해주셨던게 생각난다. 사랑을 많이 보내주신만큼 사과를 해야 한다"며 죄송하다는 뜻을 전했다. 서포터들이 그를 외면한 것은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 중 하나. 더불어 전남은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며 이천수의 임의탈퇴 철회를 꺼려왔다. 이천수는 진정성을 묻는 질문에 "늦게 찾아와서 죄송하지만 앞으로 보시면 알게 될 것이다. 팬들이 있기에 내가 있다. 남은 홈경기마다 광양을 찾아 사과를 할 것이다. 지켜봐달라"고 말을 아꼈다. 2009년 전남의 수석코치였던 하석주 현 전남 감독과의 관계 개선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 했다. 이천수는 "그동안 하 감독님이 기분이 좋지 않으실 거라 생각해서 찾아뵙지 못했다. 오늘 하 감독님이 '다 용서했다'고 하신 말을 들어서 기분이 좋다. 찾아뵙고 사과를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불편한 시선의 전남
이천수의 광양 방문은 예고 없이 이뤄졌다. 그만큼 팬들도 전남 관계자들도 이천수의 방문에 적잖이 놀란듯 했다. 유종호 전남 사장은 "안정환 K-리그 명예 홍보팀장이 광양을 방문한 날에 이렇게 이천수가 찾아와서 분위기가 애매하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천수는 지난 1월 전남 구단을 찾았다. 이날 방문은 10개월 만이다. 9개월의 공백 속에 전남 구단은 여전히 진정성을 찾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유 사장은 "예전부터 진정성을 느꼈다면 구단은 임의탈퇴를 풀어줄 뜻이 있었다. 그동안 이천수가 사과의 뜻을 전했지만 모두 언론플레이였다"면서 "앞으로 홈경기가 2경기 밖에 남지 않았는데 찾아오는 것을 막을 순 없다"고 밝혔다.
전남이 밝힌 사태 해결의 열쇠는 역시 '진정성'이었다. 사과의 진심이 느껴질때 전남과 이천수간의 만남이 성사될 수 있다는 얘기다. 유 사장은 "진정성이 느껴질 때까지 이천수가 구단을 다시 찾아와도 만날 생각이 없다. 언론플레이를 그만하고, 진정으로 전남에 미안하다면 전남 지역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면 된다. 이러한 행동들로 인해 진정성이 느껴진다면 연말에 다시 (만남을) 생각해 볼 순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 인천은 전남과 0대0 무승부를 기록하며 12경기 연속 무패행진(8승4무)으로 팀 최다연속 무패기록을 경신했다. 2007년 세웠던 11경기 무패행진을 넘어선 구단 새 역사다. 승점 1점을 추가한 인천은 승점 52로 9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강원과 광주가 펼치고 있는 강등싸움은 강원이 대구를 3대0으로 제압하면서 더욱 치열해졌다. 강원은 승점 3을 추가 승점 32점으로 15위를 유지했지만 이날 성남에 2대3으로 패한 14위 광주(승점 33)를 승점차 1점으로 바짝 추격했다.
광양=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