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라운드가 가장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듯 하다."
'슈퍼 땅콩' 김미현(35)이 선수로는 마지막 라운드를 끝냈다. 김미현은 21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하나·외환 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를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고질적은 무릎부상으로 최근엔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던 김미현은 한국에서 열리는 LPGA 투어인 이번 대회를 고별 무대로 선택했다. 최근 몸상태로는 18홀을 도는 것도 무리였다. 그러나 김미현은 정신력을 앞세워 사흘에 걸쳐 3라운드를 모두 소화했다. 마지막날엔 결국 탈이 났다. 왼쪽 무릎에 테이핑을 하고 출전했지만 통증이 찾아왔다. 3번째 홀부터 다리를 절룩였다. 그러나 김미현은 포기하지 않았다.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마지막 홀아웃까지 끝냈다. 갤러리는 필드를 떠나는 김미현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마지막 홀 그린에서 기다리던 동료, 후배 선수들은 김미현은 함께 울었다.
김미현은 "18홀이라도 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3라운드를 모두 마칠 수 있어 다행이었다"며 "은퇴 경기를 마련해준 하나은행, LPGA 관계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미현은 "라운드할때까지만해도 은퇴를 한다는 게 실감나지 않았는데 마지막 스코어 카드를 내고나서 나도 울고, 동료들도 울어 마지막이구나라고 실감했다"며 "지금까지 우승한 대회도 많이 생각나겠지만 아마도 오늘 대회가 앞으로 살면서 가장 기억에 남을 듯 하다"고 덧붙였다.
어린 후배들에게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13년전 내가 미국으로 갈땐 골프만 알았다. 그러나 지금부터라도 미국으로 건너가는 선수들에게 언어적인 부분에 공부를 많이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며 "그래야 나한테 더 많은 이익이 된다"고 설명했다. 또 "아마추어나 프로나 꾸준히 준비하고 노력하는 게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근 박지은이 은퇴한데 이어 김미현까지 필드를 떠나게 돼 LPGA 투어 1세대 중 박세리만 남게 됐다. 김미현은 "(박)지은이랑은 며칠전에 통화했다. 결혼 준비로 바빠다고 했다. 결혼식에서 만나기로 했다"며 "이제 (박)세리만 남았는데 외로워하지말고 큰 언니 자리를 잘 지켜주기 바란다"고 격려의 말을 남겼다.
김미현은 지난 96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데뷔, 통산 11승을 기록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지난 99년 LPGA 투어에 진출, 데뷔 첫해 스테이트 팜 클래식과 벳시킹 클래식의 정상에 오르며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통산 8승을 거두는 동안 '슈퍼 땅콩'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LPGA투어 통산 획득 상금은 862만달러(약 96억5000만원)다.
지난 2007년 무릎수술을 받고도 선수 생활을 유지했던 김미현은 결국 통증이 심해져 지난해 발목 수술까지 받았다. 재활 치료 후에도 나아지지 않아 은퇴를 결심했다. 앞으로 김미현은 인천에 위치한 '김미현 골프 월드'에서 골프아카데미를 개설, 지도자로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