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한의 1구였다.
롯데 김사율이 팽팽하던 경기를 지켜내지 못하고 박정권에 결승타를 허용하며 SK에 승리를 내주는 빌미를 제공했다. 단기전에서 1차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팽팽한 힘싸움을 펼치던 롯데 양승호 감독은 위기의 순간, 주장이자 롯데의 세이브 역사를 갈아치운 김사율을 조기투입하는 강수를 뒀지만 실패했다. 지난해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무릎을 꿇으며 시리즈 전적 2승3패로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SK에 내줘야 했던 롯데로서는 두고두고 아쉬울 장면이 됐다.
물론 쉬운 상황은 아니었다. 잘 던지던 유면이 6회말 선두타자 박재상에게 안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유먼이 3번 최 정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냈지만 4번 이호준이 문제였다. 이호준은 첫 타석에서 유먼을 상대로 선제 솔로포를 때려낸 주인공. 김사율 카드는 괜찮은 선택이었다. 이호준은 유먼의 빠른 직구를 받아쳐 일직선 홈런을 때려냈을 정도로 감이 좋았다. 변화구와 제구 위주로 승부하는 김사율이 오히려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됐다. 다행히 이호준은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냈다.
문제는 좌타자 박정권과의 승부였다. 양 감독은 이 순간 김사율을 바꾸지 않았다. 좌완투수가 몸을 풀 시간이 없어 준비되지 않은 이유도 있었고, 김사율이 노련하게 처리해줄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다. 실제 김사율은 박정권과의 승부에서 볼카운트 1B2S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지막 자신감이 없었다. 전체적으로 제구도 높았다. 결국 풀카운트에 몰렸다. 마지막 1구. 또다시 변화구가 바깥쪽 높은쪽으로 몰렸다. 박정권은 욕심 없이 툭 밀어쳤다. "처음 2개의 공을 본 후 변화구 승부가 들어올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한 박정권과의 수싸움에서 패하고 말았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주자 견제였다. 만약 김사율이 이호준 타석에서 1루 주자 박재상을 그대로 묶어뒀으면 박정권의 안타로 점수를 허용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김사율이 커브를 던지는 타이밍에 박재상이 도루를 시도했고 여유있게 세이프됐다. 크게 견제를 하지 않는 인상이었다. 경기 후 SK 이만수 감독은 "박재상의 도루가 숨은 승인이었다"고 평가했다.
인천=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