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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김광현 근육통 약점 숨기려다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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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은 왜적의 총탄에 맞고 쓰러질 때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 상대가 약점을 드러내면 심리적으로 자신감을 갖게 되는게 전쟁이나 스포츠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문제점 또는 허점이 찾아왔을 때 밖으로 내보이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력하는게 인지상정이다. 그 과정에서 힘을 쓰기도 하고 오버액션을 취하기도 한다. SK 선발 김광현은 16일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투구 도중 종아리 근육통을 일으키면서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피칭을 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는 6이닝 5안타 1실점으로 잘 던졌지만, 근육통을 일으킨 뒤 급격하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근육 경련 이전, 언터처블

김광현은 5회 2사후 롯데 9번 문규현과 상대하다 볼카운트 1B2S에서 4구째 147㎞짜리 직구를 던지다 왼쪽 종아리 근육 통증을 호소했다. 이전까지 4⅔이닝 동안 3안타 무4사구 무실점의 호투를 펼쳤다. 그때까지 삼진은 무려 9개를 잡아냈다. '언터처블', 그 자체였다. 김광현은 '큰 경기'에서 더욱 승부욕을 불태우는 스타일이다. 신인이던 2007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는 그해 22승을 거둔 리오스와의 선발 맞대결에서 7⅓이닝 무실점으로 기개를 과시한 바 있다. 김광현은 1회부터 전력 피칭을 했다. 1회 직구 구속이 최고 151㎞까지 나왔다. 조성환과 홍성흔을 상대할 때는 150㎞짜리 직구를 뿌려 삼진으로 돌려세우기도 했다. 가을만 되면 생기는 자신감. 김광현은 올해도 그 느낌이었다. 2회 3자범퇴에 이어 3회에도 2사 1루서 조성환을 148㎞짜리 직구로 스탠딩 삼진을 잡아냈다. 컨디션이 좋을 때 간간이 보이는 특유의 미소가 관중석과 본부석을 향해 번져나갔다. 안타 1개를 맞았지만, 아웃카운트 3개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낸 4회가 김광현 투구의 압권이었다. SK 타자들은 김광현의 묵직한 공끝에 혀를 내둘렀다. 적어도 5회 2사후 문규현 타석까지는 그랬다.

▶근육통? 약점을 숨겨라

김광현은 문규현을 상대하다 종아리 근육통이 일어나자 덕아웃을 향해 손짓을 했다. 김광현은 마운드 근처에 그대로 누웠다. SK 트레이너가 달려나가 통증 부위를 마사지했다. 약 2분후 김광현은 다시 마운드에 올라 연습 피칭을 했다. 경기는 재개됐고, 김광현은 문규현을 147㎞짜리 바깥쪽 직구로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문제는 6회초였다. 코너워크가 흔들리며 공이 높거나 가운데로 몰리기 시작했다. 보통 '공이 붕붕 뜬다'는 표현을 하는데 6회 김광현의 투구가 그랬다. 종아리에 통증이 남아있었을 법도 한데 구속은 140㎞대 후반을 꾸준히 유지했다. '종아리는 괜찮다'고 시위하는 듯 투구모션은 여전히 역동적이었다. 그러나 투구 결과는 뜻한 바와는 달랐다. 1사후 2번 대타 정 훈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연속 볼 4개를 던지며 출루를 허용했다. 주무기인 5구째 139㎞짜리 슬라이더마저 낮게 들어갔다. 이어 3번 손아섭에게 좌월 2루타를 허용했다. 2구째 146㎞ 직구가 높게 형성되면서 장타를 허용한 것이다. 이날 김광현이 맞은 공중 가장 멀리 뻗어간 타구였다. 4번 홍성흔에게도 좌전안타를 허용해 1사 1,3루에 몰렸다. 5번 대타 박준서가 유격수 직선아웃되면서 1루주자 홍성흔이 주루사를 당했기 망정이지, 대량실점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인천=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