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포스트시즌에서는 소위 '미치는 선수'가 나와야 승리한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시리즈를 지배하는 대활약을 펼치는 '미치는 선수'는 기존의 주전 선수 중에 나올 수 있지만 평소 주목받지 못하던 백업 멤버가 될 수도 있습니다.
두산과 롯데의 준플레이오프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롯데는 백업 멤버의 대활약을 앞세워 두산을 물리치며 3승 1패로 5년 만에 포스트시즌 첫 관문을 넘어섰습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롯데 승리의 1등공신은 박준서였습니다. 1차전에서 5:3으로 패색이 짙던 8회초 1사 후 대타로 나와 2점 동점 홈런을 터뜨리더니 연장 10회초에는 무사 2루에서 번트 안타로 결승점으로 연결되는 다리 역할을 했습니다. 롯데가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 지은 4차전에서는 3:3으로 맞선 연장 10회초 선두 타자로 나와 중전 안타로 출루해 손아섭의 희생 번트로 2루를 밟은 뒤 홍성흔 타석에서 2구 폭투에 3루로 향하다 포수 양의지의 악송구에 편승해 홈을 밟아 끝내기 결승 득점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조성환과 박종윤의 부진으로 2루수와 1루수로 멀티 포지션을 소화한 백업 멤버 박준서의 대활약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백업 포수 용덕한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 7회말 수비 도중 잠실구장의 불규칙 바운드에 의해 홈 송구를 눈에 맞은 강민호가 교체되자 투입된 용덕한은 연장 10회초 선두 타자로 나와 2루타로 포문을 연 뒤 황재균의 적시 2루타에 홈을 밟아 결승 득점에 성공했습니다. 이튿날 2차전에서는 1:1로 맞선 9회초 1사 후 좌월 솔로 홈런으로 결승타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수비에서도 용덕한은 무난한 모습을 보이며 공수 양면에서 주전 포수 강민호의 공백을 훌륭히 메웠습니다. 롯데가 준플레이오프에서 터뜨린 2개의 홈런은 모두 백업 멤버들이 기록한 것입니다.
이처럼 백업 멤버의 대활약은 포스트시즌의 한 시리즈 전체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박준서와 용덕한의 활약이 SK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반드시 계속된다는 법은 없습니다.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두산이 롯데의 주전 선수들 위주로 분석하고 경계해 왔기에 백업 멤버인 박준서와 용덕한에 대한 경계는 상대적으로 느슨했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의 대활약을 지켜본 SK는 두 선수의 장단점을 낱낱이 분석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두 선수가 플레이오프에서 여전히 활약을 이어갈 수도 있으며 롯데의 다른 백업 멤버가 예상을 뒤엎고 활약할 수도 있습니다. 롯데가 드라마와 같은 대역전극을 연출한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8회말 대타로 나와 밀어내기 볼넷을 얻으며 승리에 기여한 황성용이 그 주인공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SK의 백업 멤버 역시 주목의 대상입니다. 좌투수 상대 타율 0.438를 자랑하는 좌투수 전문 대타 요원 이재원과 역시 대타, 대주자로 기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모창민의 상무 제대 콤비는 장타력을 갖추고 있어 언제든 홈런 한 방으로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습니다. 득점권 타율이 0.301로 높은 외야수 임훈이나 롯데전 상대 타율이 0.294로 가장 높은 내야수 최윤석 또한 플레이오프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야구는 의외성이 가장 크게 작용하는 스포츠입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백업 멤버의 대활약은 야구의 의외성에 부합하는 포스트시즌만의 매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부터 펼쳐지는 SK와 롯데의 플레이오프에서도 백업 멤버의 '미친 활약'이 이어질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이용선 객원기자, 디제의 애니와 영화이야기(http://tomino.egloos.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