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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과 투수의 운, 그리고 연봉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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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의 왼손 에이스 클레이튼 커셔는 올시즌 2.53의 평균자책점으로 이 부문 내셔널리그 1위를 차지했다. 야구통계에서 쓰이는 'WAR(wins above replacement)' 항목에서도 클레이튼은 6.3점을 받아 1위를 기록했다. WAR은 '대체 선수들보다 얼마나 많은 승리에 기여했는가'를 나타내는 수치로 복잡한 수식을 통해 얻어진다. 하지만 커셔는 33경기에 선발 등판해 25차례의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올리고도 14승(9패)에 그쳤다. 내셔널리그 다승 공동 16위. 결국 올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은 너클볼러로 돌풍을 일으킨 뉴욕 메츠의 R.A. 디키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디키는 20승6패, 평균자책점 2.73을 기록했다. 두 투수의 가장 큰 차이는 소속팀의 공격력이었다. 득점지원율이 디키는 4.61로 3.94의 클레이튼보다 훨씬 높았다.

한화 류현진이 4일 대전 넥센전서 10이닝 1실점의 투혼 넘치는 피칭을 하고도 시즌 10승에 실패했다. 같은 날 삼성 장원삼은 대구에서 SK를 상대로 8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고 경기 후반 4점이나 지원해 준 타선 덕분에 시즌 17승을 챙겨 다승왕을 사실상 확정했다. 타선의 도움을 굳이 '운'이라고 본다면, 올해 장원삼은 실력 말고도 '운' 덕택을 크게 받은 투수중 한 명이다. 소속팀의 처지가 다르고 분위기도 다르지만, 올해 류현진은 프로 입단 동기이자 4년 선배인 장원삼을 무척이나 부러워했을지도 모른다.

류현진이 얼마나 '운'이 없었는지는 기록으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우선 득점지원율을 보자. 올시즌 27경기에 등판한 류현진은 182⅔이닝을 던지는 동안 총 71점의 득점지원을 받았다. 득점지원은 해당 투수가 마운드에 있는 동안 타선이 뽑은 점수를 말한다. 9이닝 한 경기로 환산한 류현진의 득점지원율은 3.50이다. 이날 현재 전체 투수들의 득점지원율 4.16보다 0.66이나 적다. 22번의 퀄리티스타트(2위)와 2.66의 평균자책점(5위)을 기록한 류현진이 9승에 머무를 수 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다.

장원삼은 득점지원율이 5.22로 전체 평균보다 무려 1.06이 높았다. 157이닝 동안 91점의 득점을 지원받은 장원삼은 다승 1위, 평균자책점(3.55) 15위에 랭크돼 있다. 장원삼은 선발등판 25경기 가운데 14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더구나 올해 삼성 불펜진이 장원삼 등판 경기에서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것은 한 차례 밖에 없었다. 지난 5월23일 대구 롯데전에서 장원삼이 7이닝 무실점으로 승리 요건을 갖추고 강판한 뒤 8회 안지만이 황재균에게 스리런홈런을 맞아 동점을 허용한 것이 전부다. 류현진과 장원삼은 '운'의 작용을 받을 수 밖에 없은 신분이 선발투수임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그렇다면 류현진처럼 순전히 운이 따르지 않아 평균자책점이나 퀄리티스타트 등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도 형편없는 승수에 머문 선발투수의 연봉고과는 어떻게 될까. 구단마다 승수는 당연히 투수의 연봉고과 항목에 포함돼 있다. 선발승과 구원승에 따라 고과점수가 정해져 있고 승수가 많은 투수가 높은 고과점수를 받게 된다. 즉 같은 평균자책점, 투구이닝,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더라도 승수가 많은 투수가 더 많은 연봉을 받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 차이는 크지 않다고 한다. 모든 구단들이 팀승리에 얼마나 많은 공헌을 했는지, 팀패배에 얼마나 많은 빌미를 제공했는지 등을 평가하기 위해 100여가지의 세부 항목을 정해놓고 고과 작업을 하기 때문에 승수 자체가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다가오는 겨울, 류현진이 국내에 남을 경우 올해 4억3000만원이었던 연봉이 내년에 어떻게 변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