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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3전4기' 이인종, 끝내 못다이룬 메달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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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종(30·삼성에스원)은 당차다.

그녀는 6월 27일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2012년 런던올림픽 D-30 미디어데이'에서 기자들과 만나 "짝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당당히 프러포즈 할꺼다"고 깜짝 고백을 했다. 첫 올림픽이지만 도무지 떨지를 않는다. 올림픽에 3번이나 나간 67㎏이하급의 황경선이 "인종 언니의 성격을 갖고 싶다"고 할 정도다.

언제나 당당한 그녀였지만, 올림픽 무대 앞에서 늘 좌절을 맛봤다. 이인종은 금메달의 의미를 '시원한 물한잔'이라고 표현했다. 갈증났을때의 간절함과 같다고 했다. 그럴만 했다. 이인종은 적지 않은 나이에 3전4기만에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뤘다. 최종에서 중학교 선배에게 아쉽게 고배를 마신 2000년 시드니올림픽, 결승에서 황경선에 무너진 2004년 아테네올림픽, 예선에서 탈락한 2008년 베이징올림픽까지 올림픽 무대는 번번히 그녀를 외면했다.

사실 이번 올림픽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작년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선발전에서 0대9, 0대10 선수생활동안 한번도 겪어보지 않은 참패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인종은 "올림픽 선발전을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했다. 항상 경기장에 와주셨던 부모님도 '이제 그만할때가 된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 했다. 마음을 비운 것이 오히려 주효했다. 그녀는 "최종전 전날까지 '엄마 이제 마지막 시합이야'라고 했다. 그런데 덜컥 됐다. 마음을 비웠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라며 웃었다.

태권도만 생각하고 산 20년이었다. 내성적인 성격을 고치기 위해 초등학교 4학년때 도장에 처음간 이인종에게 태권도는 운명이었다. 금방 재미를 붙인 이인종은 태권도팀이 있는 고양중학교로 진학하며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고3때 대표팀에 발탁되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선수생활의 마지막에 도달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태권도가 좋단다. 이인종은 "나는 태권도가 너무 좋다. 그런데 체력훈련할때는 너무 힘들다. 그래도 태권도를 잘하기 위한 과정이니까 감수하는거다"고 했다.

분위기는 괜찮았다. 2009년, 2011년 세계선수권대회 준우승과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에 머물며 그녀를 따라다니는 '2인자' 꼬리표를 호재로 삼았다. 메이저대회 때마다 한국선수를 연거푸 제압해 '한국킬러'로 불리는 같은 체급의 글라디 에팡(프랑스)이 부상으로 런던올림픽에 나오지 못했다. 전자호구에도 많이 적응했다.

그러나 첫 올림픽은 역시 쉽지 않았다. 이인종은 12일(한국시각) 여자 67㎏초과급 8강에서 패한 뒤 패자부활전을 거쳐 동메달 결정전에 나섰다. 하지만 아나스타샤 바리시니코바(러시아)에게 연장 접전 끝에 6대7로 져 결국 빈손으로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그녀는 "메달을 못 따 아쉽다"며 금새 눈시울을 붉혔다. 이인종은 "경기가 끝나 시원하다. 하지만 시원한 물 한잔이 아니라 미지근한 물 한잔을 마신 듯한 기분"이라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래도 특유의 긍정을 잃지 않았다. 그녀는 "올림픽을 준비하는 동안이 태권도를 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오늘 하루가 이렇다고 해서 지금까지의 과정이 안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내일은 또 즐거운 일이 있을 것"이라며 밝게 웃었다.

서른 살 잔치는 없었다. 그러나 '3전4기' 쓰러지지 않고 올림픽 꿈을 꾸었던 이인종의 투혼이야 말로 진정한 올림픽정신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