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미래를 봐야할 때다. LG의 리빌딩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LG가 8월에도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11일까지 8월 성적은 3승7패. 후반기 시작 후 7월까지 5할 승률을 유지(3승1무3패)했던 것과 달리 또다시 승패차는 벌어지고만 있다. 승패차는 어느덧 -12. 시즌을 4위로 마감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2002년 이후 받지 못한 가을잔치 초대장은 올해도 힘겨워 보인다.
시즌 전 LG에 대한 기대치는 낮았다. 내부 FA 대거 이탈과 경기조작 파문으로 인해 순식간에 1군 멤버 5명을 잃었다. 하지만 선수단은 시즌 초중반까지 '5할 본능'을 선보이는 등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이승우-최성훈-신재웅, 미래를 위한 왼손투수 발굴
이 과정에서 빛난 건 마운드에서 새 얼굴들의 선전이었다. 시즌 전 5명의 선발로테이션도 제대로 꾸리지 못할 정도로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반대로 신예들을 적극 기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왼손 이승우 최성훈 신재웅이 차례로 떠올랐고, 우완 임정우와 경찰청 시절 선발로 가능성을 보인 사이드암 우규민도 기회를 잡았다.
일단 양적으로만 봤을 때, LG 마운드는 분명 풍성해졌다. 경찰청 제대 후 합류한 데뷔 6년차 이승우는 주키치(21경기) 김광삼 리즈(16경기)에 이어 가장 많은 15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개막 두번째 경기 '땜방 선발'에서 당당히 선발로테이션에 한 자리를 잡은 것이다.
2012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6순위로 지명한 신인 최성훈은 류현진과 김광현 등 국내를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들을 상대로 승리를 따내며 주목을 받았다. 선발진에 자리가 없어 불펜에서 미들맨 역할을 하고 있지만, 구단 내부에선 장기적으로 선발투수로 육성할 재목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후반기 들어 선발로테이션에 진입한 신재웅은 더욱 극적이다. 2006년 8월11일 잠실 한화전에서 노히트노런을 기록할 뻔했던 신재웅은 그날 1안타 완봉승을 거둔 뒤 FA 보상선수로 두산 이적-군입대 후 방출 등을 겪은 뒤 신고선수로 LG에 재입단했다. 올해 초엔 정식선수로 계약해 스프링캠프 참가의 감격도 누렸다. 당초 개막 두번째 경기 삼성전 '깜짝 선발'로 내정될 정도로 전지훈련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하지만 귀국 후 시범경기에서 부상을 입어 1군 합류가 늦어졌다.
늦은 만큼, 신재웅의 활약은 더욱 빛나고 있다. 지난달 26일 잠실 한화전에서 2176일만에 승리투수가 된 데 이어 지난 10일 대구 삼성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첫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에 시즌 2승까지 따냈다.
▶마운드 리빌딩 착착, 그런데 타선은 아직도 정체?
세 명의 공통점은 많다. 셋 모두 왼손투수인데다 기교파 투수다. 게다가 강속구를 뿌리는 파이어볼러가 아닌 건 아쉽지만, 안정된 제구력을 바탕으로 길게 던질 수 있는 '선발 체질'의 투수들이다. 내년 시즌 한정된 선발로테이션에 누가 살아남을 지 모르지만, 자원이 많다는 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과 같다.
봉중근이 마무리투수로 자리잡은 것도 장기적으로 팀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그동안 LG의 약점이었던 뒷문이 확실히 강화됐다. 정상급 셋업맨으로 발돋움한 유원상이 곧 군입대해야 된다는 사실이 안타깝지만, 과거보다는 불펜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여기에 내년엔 공익근무중인 정찬헌이 돌아오고, 지난 2007년 해외파 특별지명 때 지명한 류제국도 곧 제대해 LG와의 계약을 앞두고 있다. 이처럼 마운드는 리빌딩이 진행되고 있는 게 확실히 눈에 띈다.
문제는 타선이다. 현재 LG 타선에 눈에 띄는 20대 선수는 이대형(29) 이병규(배번7·29) 서동욱(28) 정의윤(26) 오지환(22) 정도다. 하지만 이대형과 서동욱은 어느새 프로 데뷔 10년차 선수다. 유망주라고 부르기엔 민망한 수준. 이병규와 정의윤도 7년차와 8년차다.
아직도 LG 타선의 중심은 최동수 이병규(배번9) 박용택 이진영 정성훈 등의 베테랑들이다. 지난 10년간 신인들의 성장은 더뎠다. 투타 모두 마찬가지였다. 신인드래프트 잔혹사라고 부를 만도 했지만, 육성 시스템에도 문제가 컸다. 현재 LG 선수단 구성이 그 현실을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
김기태 감독은 오랜 시간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경우, 즉시 2군 전력과 교체하는 등 선수단에 계속해서 긴장감을 주려 하고 있다. '기회의 균등'을 주창하며 2군 선수들에게도 동기 부여가 되게 하고 있다. 남은 시즌, 타선에서도 마운드 만큼 성장하는 선수들이 나와줘야 미래도 있을 것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